민주당 보완 후 시행 추진에도 점차 커지는 유예 목소리
입장 통일 안 돼 시장 혼란 야기 불가피…투자자 불만 ‘업’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채권 개인 순매수 연중 최저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인천·강원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을 두고 논란이 커진 가운데 야당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보완 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시장 혼란과 불안 심리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대로 시행’과 ‘일부 보완 후 시행’, ‘유예’ 등을 놓고 당내 갑론 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금투세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야당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형국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이상이면 25%)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당초 지난해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2년 유예한 끝에 내년 1월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연초부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해왔다. 이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손’ 이탈에 따른 증시 침체와 해외주식·부동산 쏠림 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인 투자자들의 폐지 여론을 등에 업고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예·폐지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야당은 완전 폐지에 반대하면서 보완 후 시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납세 방식의 부분 손질 등 보완은 가능하지만 완전 폐지는 어렵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금투세 폐지, 최소한 내년 1월 1일 시행 유예”를 요구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추가 검토하자고만 제안하는 등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코스피가 폭락하면서 금투세 폐지 여론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가 악화된 상황에서 금투세 악재까지 겹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급락장에서 국내 증시가 미국·일본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취약성을 보여주며 금투세 폐지의 당위성도 부각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공개 토론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엇박자를 내면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등 지도부는 금투세를 보완 후 예정대로 시행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어왔지만 개별 의원들이 연달아 시행 유예 주장을 내놓으면서 당내에 혼선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비롯한 12개 투자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일부 누리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금투세를 ‘재명세(이재명 세금)’라고 부르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폐지를 주장하는 몇몇 의원들은 금투세 시행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앞서 금투세 유예론을 주장해 온 이소영 의원에 이어 최근에는 이언주 최고위원을 비롯, 전용기·이연희 의원 등이 내년 시행 강행 반대 의견을 밝힌 상태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금투세를 과세할 만한 여건을 갖췄는지 다수 국민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며 “우리 증시가 더 안정화·선진화돼 매력적인 시장이 된 후에 도입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론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당내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며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당내 주장도 여전히 만만치 않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금투세 시행론자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주식을 팔아 5000만원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금투세를 내는 것으로 대다수 소액투자자는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며 “금투세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억지 선동이고 거짓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금투세를 놓고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워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858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거래대금은 시장의 활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월별 기준으로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올해 1월(8조8749억원)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월 8조원대에서 2~5월 11조원대로 늘었고 6~7월에는 12조원대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8월에 다시 10조원대로 감소한 뒤 9월 현재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도 한풀 꺾였다. 장외 채권시장에서 올해 채권 열풍을 주도해온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1~9일 개인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1조124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개인이 채권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달인 4월의 같은 기간(1조6835억원) 대비 39.9% 급감했다. 지난달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3조3343억원으로 월별 기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7월)의 3조3927억원과 비교해서도 1.7% 줄어든 수치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투세가 예정대로 도입되면 시장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여전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투세 시행은 우리 주식시장이 선진국형 환경으로 바뀐 이후 논의하고 시행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당리당략을 벗어서 이달 중 시장에 금투세 폐지 메시지를 내고 연말 전에 폐지하는 것이 주식 시장 파멸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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