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이이, 증시 입성 무산 뒤 주관사 바꿔 직상장 도전
공모액 300억원 이상...증권사들 노력에도 성과 전무
주주 기준 높아지고 상장폐지 잇따라...무용론 확산
ⓒ픽사베이
증권사 초대형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이 무산되거나 합병 대상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메가 스팩을 둘러싼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형 스팩 합병에 실패한 기업이 주관사 교체 후 직상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시장의 초대형 스팩 외면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장비 검사 기업 피아이이는 지난달 9일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초대형스팩(메가스팩)인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이 무산된 지 약 4개월 여 만이다.
현재 피아이이는 상장 주관사를 기존 하나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교체하고 코스닥 시장 직상장을 노리고 있다. 앞서 피아이이는 지난해 하나증권의 첫 메가 스팩인 하나금융25호스팩와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한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스팩은 기업과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상장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상장한 지 3년 이내에 합병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청산된다. 메가스팩은 공모금액 300억원, 공모가 1만원 이상의 대형 스팩을 말하며 하나금융25호스팩의 공모 금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당시 피아이이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의 합병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스팩 주주들의 합병 반대에 부딪쳤다.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4888억원이었던 기업가치가 2703억원까지 낮아졌으나 주주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결국 상장 계획을 접어야 했다.
이후 피아이이는 주관사를 바꾸고 우회 상장이 아닌 직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으로부터 직접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스팩 합병은 직상장과 달리 적정 가격을 찾기 위한 비교군이 없고 수요 예측 과정도 생략된다는 점에서 고평가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스팩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기준이 높아진 만큼 대형 스팩을 외면하고 직상장을 택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골프 시뮬레이터 기업 크리에이츠도 NH투자증권의 대형스팩인 NH스팩20호와 합병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월 합병 계획이 무산됐다. 크리에이츠 역시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 속에 스팩 주주 상당수가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한 탓이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대형 스팩 1호 상장’ 주관사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합병 대상을 물색하고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대형스팩이 합병에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은 메가 스팩 무용론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NH스팩19호(960억원)와 NH스팩20호(400억원)을 상장했고 2022년에는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하나금융25호스팩(400억원)과 삼성스팩7호(300억원)을 선보였다. 작년에도 삼성스팩8호(400억원)과 미래에셋드림스팩1호(700억원), NH스팩29호(255억원), 신한제11호스팩(360억원) 등 대형 스팩 상장이 잇따랐다.
이후 NH스팩19호는 오아시스 등과 합병을 검토했지만 무산되면서 올해 초 상장 폐지됐고 NH스팩20호도 크리에이츠와의 합병에 실패하면서 지난 5월 청산 절차를 밟았다. 피아이이와 합병에 무산된 하나금융25호스팩(공모액 400억원)도 상장 폐지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나머지 대형 스팩들 역시 아직 합병 대상을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은 주가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경우 합병에 반대하거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유리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철회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직상장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굳이 스팩 합병을 추진할 필요성도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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