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몰린 삼성-4] 언제까지 반도체만? 바이오·전장 강화에 조직 쇄신 필요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4.10.23 14:00  수정 2024.10.23 14:00

반도체 겨울 버티게 할 '솟아날 구멍'은 어디

JY 가 찍은 바이오·전장 관련 투자에도 관심

경영진도 인정한 '조직 쇄신' 필요성, 그 방식은

ⓒ챗gpt 생성 이미지

‘삼성 위기론’이 경제‧산업계를 휩쓸고 있다. 삼성의 캐시카우이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기술 경쟁력 약화와 그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스마트폰‧가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발휘하지 못한다. 1등 삼성의 DNA가 희석되고 조직 문화는 나태해졌다는 외부의 지적과 내부의 자기반성이 잇따른다.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재용 회장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 구축과 그를 뒷받침할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 핵심 사업인 반도체 경쟁력 복원, 6G‧바이오‧전장 등 신성장 동력 육성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편집자 주]


'반도체 겨울론'이 덮치며 국내 증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1등 삼성전자 영향력이 흔들리면서 삼성의 '솟아날 구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할 전략 마련은 물론 반도체가 흔들릴 때도 전사를 지탱해줄 동력 찾기, 이른바 '리밸런싱' 고강도 쇄신과 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이 급선무로 꼽히는 분위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44조4565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2096조6009억원)의 16.4% 상당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6년 9월 12일(16.38%) 이후 9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가 역시 52주 신저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 즉 25% 이상을 담당했던 삼성전자 비중이 16%대로 뚝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30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11조원 가량 팔아치운 배경에는 3분기 실적 쇼크, 더 정확하게는 삼성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다.


단순히 경쟁사보다 한발 늦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개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반도체 및 기타 사업부 전역에 걸친 위기감 탓이다. 특히 10년 단위의 매출과 영업익 측면에서도 2010년대까지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해왔던 삼성의 성장률도 최근 10년간은 1~2% 수준으로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기반을 닦아온 모바일, 가전, 메모리 반도체를 벗어나 지난 10년 간 새 동력을 찾지 못한 탓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중국은 점차 경쟁자가 돼 가고 있다. 또한 과거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부렸던 모바일과 가전 역시도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이처럼 반도체와 세트 사업의 동반 부진이 근래 찾아오면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새 먹거리 찾기, 이른바 '뉴삼성'을 끊임없이 외치고 있으나, 아직까지 '뉴삼성'은 선언적 의미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전장·오디어 기업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 합병(M&A)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M&A를 위한 탐색은 지속 중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각국의 유망한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직접 이와 관련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진척됐다. 조만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용, 연달아 삼성전기 사업장 찾아... 전장 강화 유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재계와 전자업계는 차세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과 바이오 분야를 손꼽는다. 자사의 강점인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차량에 확대 적용하고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SoC) 같은 미래 전장부품을 탑재해 전기차 부품 사슬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초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찾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장을 직접 둘러봤다. 지난해 3월 중국 텐진 생산법인, 올해 6월 수원 사업장 방문에 이어 연이은 행보다. 앞서 2022년엔 부산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이른바 반도체 작동을 돕는 핵심 부품이다. 이 MLCC 사업장을 연달아 방문한 이 회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삼성이 최근 발달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업계 지배적 관측이다.


다만 이는 유망 분야긴 하나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 직접적인 성과가 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율주행 및 전기차 사업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제품의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술 외에 경험치가 필요한 사업 분야라 본격적인 성과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크다.


잘나가는 삼성 바이오, 전망도 긍정적
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이 5공장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삼성

당분간 삼성을 이끌어 갈 엔진으로는, 바이오가 유망하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룹 전반에 걸친 위기설 속에서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28억원(12억4256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에 따낸 계약은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3조500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총 9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연 누적 수주 금액 4조36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0억6000만 달러(약 1조4636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한 후 3개월 만에 초대형 수주에 다시 한번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확대되는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증설도 추진 중이다.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5공장은 18만L 규모의 생산 공장으로,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능력은 기존 60만4000L에서 78만4000L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삼성 바이오의 향후 긍정적 전망을 두텁게 하는 요인이다. 생물보안법은 지난 9월 미국 하원에서 306대 81로 통과되면서, 연내 통과 가능이 커진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미국 정부가 바이오경제 육성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기적 수주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경영진 고개 숙이게 한 '임원·양복쟁이' 우대 문화... "개선 시급"
ⓒ챗gpt 생성 이미지

한편 신성장 사업의 공격적인 투자 외에 삼성전자에 요구되는 또 하나는 바로 조직 문화 쇄신이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사과 메세지를 낸 경영진의 자세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반영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요즘같은 기술 격변기에 트렌드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최고 결정권자가 기술자, 즉 엔지니어여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선 인사이트가 중요한 만큼, 당장의 손익계산만 따지는 고령화 된 조직이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0년까지만 해도 20대 직원 비중이 전체의 55%에 달했던 것에 반해 지난해 말에는 27% 수준까지 비중이 줄었다. 반면 40대 직원 비중은 30.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의사 결정 구조가 재무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할 혁신과 투자에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 회장이 창립 55주년, 취임 2주년,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4주기 등을 맞이해 반도체가 아닌 바이오 혹은 전장 등의 분야에서 책임경영, 즉 글로벌 톱 티어 레벨로 성장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은 파운드리, HBM 시장 등에 지각 진출한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며 "다만 저가부터 하이엔드를 모두 생산하는 TSMC와 하이엔드 분야에만 진출한 삼성을 단순히 현 시장점유율로만 그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소프트웨어인 AI의 폭발을 뒷받침할 하드웨어인 HBM의 향후 수요를 감안할 때 현 삼성 상황만으로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고 진단했다.


해당 관계자는 "올 상반기 기준 삼성의 현금 자산 보유액은 100조원이 넘는다. 다만 연결 종속사 외 본사에서 보유한 실탄 형편은 상대적으로 좋지만은 않다. 반도체 사업이 부진할때에도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나 연구개발 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을 위해선 재무구조의 유동성도 필요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비용절감에만 그치지 않는 혁신에 대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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