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신계약 35만여건 '최다'
가입 한 달 안에 6명 중 1명 해지
"단순 모집 집중…사후관리 미흡"
동양생명이 최근 한 해 동안 판매한 종신보험이 35만건을 넘어서며 생명보험사 중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렇게 맺어진 계약 가운데 6건 중 1건 이상은 가입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환불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이유든 섣부르게 종신보험을 가입했다가 불만을 느껴 계약을 깨는 사례가 많다는 뜻으로, 당장 모집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후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 생보사들이 유치한 종신보험 신계약은 총 186만3521건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동양생명이 판매한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가 35만209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생보사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 중 18.89%를 홀로 차지하는 규모다. 이어 ▲한화생명 32만9044건 ▲교보생명 20만9018건 ▲삼성생명 19만5695건 ▲NH농협생명 15만3685건 ▲신한라이프생명 12만5770건 순이었다.
문제는 동양생명의 종신보험 청약철회 건수도 높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간 전체 생보사의 종신보험 청약철회 건수는 14만169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30.1%에 달하는 4만2635건이 동양생명에서 나왔다. 즉 환불요청하는 종신보험 계약 3건 중 하나는 동양생명 상품이라는 것이다.
청약철회는 고객이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했다고 판단했을 때 청약일로부터 30일 이내 혹은 보험 증권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 제도다. 보험사는 청약철회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보험료를 돌려줘야 하고 이를 넘기면 이자까지 지불해야 한다.
동양생명의 종신보험 신계약 대비 청약철회 비율은 12.11%를 기록했다. 생보업계 전체 평균이 7.60%인 것과 비교하면 1.5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동양생명보다 해당 수치가 높은 곳은 교보라이프플래닛(27.78%) 정도였다. 다만 교보라플의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54건에 불과하다.
청약철회가 빈번한 보험사는 소비자 불만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을 가입한 지 한 달도 되지도 않아 이를 깨는 경우 많다는 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설계사의 권유로 가입하는 사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당사는 가입 체결 직후부터 고객에게 완전 판매가 이뤄졌는지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다양한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 계약은 사전에 파악해 고객에게 재안내를 통해 가입 절차가 재개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약철회 기간 내 고객이 한번 더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완전판매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 과정 상의 미흡사항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는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이 불면서 종신보험 청약철회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도 확 늘어났다"라면서도 "환급률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이 청약철회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불황이 이어지며 종신보험과 같은 장기 보험에 대한 보험 유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며 "전체적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청약철회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단순 모집에만 열중하지말고, 사후 관리에 더 집중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