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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제 2의 에스엠 사태’ 우려…경영권 분쟁 종목들 ‘경고등’


입력 2024.11.01 16:57 수정 2024.11.01 17:13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심사·조사·검사·감리 총동원에 사법 리스크↑

법적 공방도…하이브 vs 카카오 대결 재현 양상

밸류업 저해 비판…타 종목에도 파급 효과 전망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유상증자 과정 중 불공정거래가 사실상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어 조사 결과에 따른 충격이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인 상황으로 ‘제 2의 에스엠 사태’ 가능성도 거론된다.


나아가 금융당국이 이번 사안을 자본시장 밸류업 저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종목들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미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 일반공모 청약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자진철회나 정정신고서 제출 등 회사 측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정정요구는 오는 14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감원은 그 기간 내 정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날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정정 요구에 무게를 실은 가운데 고려아연 주가가 반등하는 등 시장도 유증이 기존 일정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60%(6000원) 오른 100만4000원으로 마감해 ‘황제주(한 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에 복귀했다.


당국이 고려아연의 유증을 문제 시 삼는 것은 앞서 진행한 공개매수와 연계해 사실상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행가 67만원의 유증 계획을 고의로 누락해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전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주관업무를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종료 이후 지난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는데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14~29일) 동안 기업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용일 부원장은 “공개매수 기간 유증을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와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유증 일정 변동 뿐만 아니라 법적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전망된다. 금감원은 심사·조사·검사·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불공정행위 여부를 살펴보겠단 방침이다.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한 행정 조치와 적극적인 수사기관 이첩을 예고했다.


이와함께 경영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와 유증 관련해 편법·탈법을 주장하며 소송을 거듭 남발하고 있어 사법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제 2의 에스엠 사태’로 비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에스엠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엠 사태는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와중에 상대방인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불거졌는데 카카오가 상대방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 원을 투입하는 등 시세조종에 나서며 불공정거래 이슈가 부상했다.


당시 카카오는 대항 공개매수 등에 나설 것처럼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시세조정을 통해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방해 공작을 취함으로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고도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 등 경영진이 구속 기소되는 등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금감원이 고려아연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제기하며 밸류업 등을 문제 삼은 만큼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서 여타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과정도 세심히 들여다 보면서 관련 종목들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도 한미사이언스와 티웨이항공 등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종목들이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주가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한미사이언스와 티웨이항공의 최근 한 달(9월30~11월1일) 개인 거래대금은 각각 2조4085억원, 3조934억원을 기록했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 건 등은) 현재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인 밸류업과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슈와 맞닿아 있고 자본시장의 수준 향상과 개혁 의지를 시원치 않게 한다”며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어긋날 수도 있어 당국으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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