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3년 넘었지만…남은 주담대 아직도 2조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11.07 06:00  수정 2024.11.07 06:05

주담대 전년比 19.1%↓ 그쳐

시중은행 대환대출 빗장 변수

서울 중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전경.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한 지 벌써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대환대출마저 막히면서 앞으로 이를 털어내기는 더욱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공식적으로는 소매금융에서 손을 뗐지만, 잔여 주담대를 관리하기 위한 비용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씨티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조8285억원으로 지난해 말 보다는 19.1%,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3% 감소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결정하기 직전인 2021년 말 주담대 잔액이 3조359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5.6% 줄었으나 감소폭은 ▲2022년 말 36.8% ▲2023년 말 19.1%로 매년 좁혀지고 있다.


앞서 씨티은행 모회사인 씨티그룹은 2021년 10월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매금융 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 역시 단계적으로 소매금융 사업 철수 계획을 세웠고, 2022년 2월부터 예·적금과 개인 대출 등 모든 소매금융 관련 상품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씨티은행의 주담대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각각 100조원을 웃도는 것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다만 국내 소매금융을 빠르게 정리해야하는 씨티은행의 입장에선 이조차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개인 신용대출 상황도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신용대출 잔액은 2조422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9.1% 감소했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48.0% 줄었지만 감소폭은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어 소매금융 철수 결정 이후 개인 신용대출 차주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타 금융기관으로 대출을 이전할 수 있도록 작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씨티은행의 고객이 이동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차주 입장에서도 대환 과정에 대한 번거로움과 주거래은행을 옮기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에 남는다면 대출 만기 연장은 2026년까지 할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소비자의 대출 잔액과 채무상환 능력 등에 따라 최대 7년 내 전부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이 대환대출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씨티은행과 대환 제휴를 가장 먼저 맺은 국민은행은 점차 혜택을 축소해오다 최근 이자비용을 중단했다.


이어 지난 9월부터 본격 시행된 비대면(온라인)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담보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의 금리가 기존 일반 비아담대보다 더 높아지면서 사실상 은행들이 대환대출을 막아놓은 것이다.


소비자들의 잔류와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 기조에 따라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는 상당 시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부담해야 될 관련 비용 지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영업점이 대표적인 예로, 씨티은행은 계획대로 지점 폐점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객이 줄어들지 않으면 빠른 폐쇄가 어려워져 그만큼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씨티은행은 우선 내년 이후 수도권 2개, 지방 거점에 7개를 두고 최소한의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소매금융 폐지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한국씨티은행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폐지하면서 이익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매금융 폐지로 씨티은행의 영업 기반이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이와 관련해 유지 비용은 계속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환이 굳이 필요하지 않고, 씨티은행의 혜택을 계속 유지하려는 차주들의 이동이 많지 않고 대환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소매금융 철수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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