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1기 신도시 5곳서 2.6만가구 선도지구 선정
30년 노후단지, 전문성·자금력 갖춘 신탁사와 MOU 활발
신탁방식 준공사례 드물어…추가 제도개선 필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결과가 이달 발표된다. 장기간 정비사업이 발 묶여 있던 만큼 주민들은 선도지구로 지정돼 속도감 있는 재건축 추진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신탁사와 손을 잡고 재건축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12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달 중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 등 총 2만6000가구(최대 3만9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지정한단 방침이다.
앞서 9월 마감된 선도지구 공모에선 1기 신도시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 중 61%에 해당하는 99개 구역이 신청했다.
특히 분당에선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47곳(70%)이 공모에 참여했다. 이밖에 일산 22곳, 평촌 9곳, 중동 12곳, 산본 9곳 등이 접수했다.
지역별 선도지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찌감치 신탁사와 MOU를 맺는 단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탁방식은 주민들이 조합을 꾸려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방식과 달리 부동산신탁사가 주민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정비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신탁사의 전문성과 자금력을 활용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수월하고 비교적 투명하게 사업을 관리할 수 있단 점이 장점이다.
선도지구 선정 가능성을 높인단 점도 영향을 미친다. 특별법에 따르면 ‘사업 실현 가능성’ 항목에 최대 가점 2점이 부여되는데, 이를 모두 받기 위해선 신탁사 또는 공공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탁방식, 조합방식 대비 자금 조달·투명한 사업 추진 가능
여러 단지 묶어 재건축, 신탁사 통해 이해관계 조율 유리
수수료 부담 적지 않아…사업 차질 시 손해배상 근거도 부족
공모 참여율이 가장 높은 분당에선 재건축 단지 대다수가 신탁사와 손을 잡았다. 지난 6월 까치마을 1·2, 하얀마을 5단지 통합재건축 준비위원회는 교보자산신탁과 예비신탁사 MOU를 체결했다.
우성·현대아파트(한국자산신탁), 한양·삼성한신(KB부동산신탁), 이매촌 삼성·삼환(KB부동산신탁), 한솔마을 1·2·3단지(한국토지신탁), 양지마을(한국토지신탁) 등 재건축 준비위도 속속 예비신탁사 선정에 나섰다.
업계에선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주로 통합재건축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신탁방식으로 추진되면 단지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수월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합 설립 시 향후 시공사와의 갈증, 단지별·주민들 간의 내홍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신탁방식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발목을 잡는다. 앞서 2016년 신탁방식이 허용된 이후 완공된 사례는 드물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더 찾아보기 힘들다.
수수료 부담도 적지 않다. 신탁사는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향후 분양 수입의 2~4%를 받는데 사업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국토부는 신탁방식 확산에 따른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시행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이 손해를 입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을 명확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노후단지의 경우 특히 속도감 있는 정비사업에 대한 니즈가 크기 때문에 신탁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며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와 분쟁을 겪고 사업이 늘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사비 협상 등에선 전문성 있는 신탁사가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신탁방식이 도입되고 지금까지 준공된 단지가 많지 않다는 건 신탁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사업 지연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라며 “선도지구 지정 이후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동안 불거졌던 신탁방식의 문제점들을 답습하게 될 수 있다. 촘촘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