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청년 두 번 울리는 버팀목 전세대출…허들 뒤 또 허들 '희망고문'


입력 2024.11.22 06:00 수정 2024.11.22 06:12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정책 상품마저 조이는 은행들

창구 문턱조차 넘지 못하거나

보증료 눈 앞에서 사라지거나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모습. ⓒ뉴시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거세지면서 애꿎은 청년 서민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정부로부터 가계대출 억제 압박을 받은 시중은행들이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에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더욱이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미리 내야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전제 조건이 젊은층에게는 부담스러운 허들인 데다, 이렇게 요건을 갖추더라도 대출이 나오지 않아 더 큰 낭패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청년들이 대출 창구에서부터 거절을 당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저금리 정책 상품이지만 자금 여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는 것이다.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란 청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받아 전세자금을 약 2.0~3.1% 수준의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 상품이다.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기금e든든' 홈페이지에서 사전심사를 통해 적격 판정을 받은 후 은행을 통해 대출금을 지급 받는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인해 시중은행 중 버팀목 대출을 실행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은 신용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현저히 낮다 보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청년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취지와 달라진 것이다. 상품을 안내하는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에는 우리·KB국민·하나·NH농협·신한·iM뱅크·BNK부산은행에서 대출 취급이 가능하다고 고지돼 있다.


버팀목 대출을 받으려는 한 20대 청년은 "자격 조건이 다 되는데도 은행에서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고지 받았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같은 은행 다른 지점에 다시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행원마다 대출 취급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보니 대출을 내어주는 은행원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는 '버팀목 잘 내주는 OO은행 XX지점 신입사원', '은행원에게 잘 보이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상품을 이용하기 위한 증명 서류도 청년들에겐 잣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 차주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 전세보증금의 5% 이상 지불한 영수증을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보증금이 2억인 경우 1000만원을 선지불해야하는 것이다.


만약 대출을 조인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은행에서 대출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청년의 목돈은 공중분해 되는 것이다. 실제 올해 8월 기준 정책대출 심사에서 '적격'을 받고도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지 않은 금액이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불어난 가계대출 규모를 잡기 위해 정책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전례 없는 부채 규모를 빠른 기간 내에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서민 청년 입장에선 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이용하려 했을 뿐인데 오히려 불똥이 튄 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기조가 대출을 줄이는 방향이다 보니 정책대출 규제까지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정책상품 기준도 더 엄격해지고 취급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