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밸류업에 금융株 ‘빨간불’…지수 편입 악재 우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12.06 07:00  수정 2024.12.06 07:00

‘KRX 은행’ 9.5% 하락…증권·보험도 내림세

계엄 사태에 국장 탈출 영향…매도 행렬 지속

‘지수 리밸런싱’ 호재에도 변동성 확대 불가피

주도주·연말 배당시즌 고려 낙폭 제한 시선도

ⓒ픽사베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 사태로 정부가 연초부터 추진해 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밸류업 정책 추진에 찬물을 끼얹은 격으로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금융주도 직격탄을 맞으며 밸류업 지수 편입 등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이후인 지난 4~5일 양일 동안 9.48%(969.26→877.36) 하락했다. 같은기간 KRX 증권과 보험도 각각 5.16%(825.95→783.30), 7.79%(2156.45→1988.54) 떨어졌다.


이들 지수에 편입된 31종목의 주가를 살펴보면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전 종목이 내림세를 보였다. 신한지주·삼성화재 등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개 금융주의 경우, 전 종목이 약세를 보여 평균 주가 하락률이 마이너스(-) 7.22%에 달한다.


그동안 금융 업종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된 연초부터 수혜 기대감에 수급이 집중됐다. 업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5월 27일부터 전일(5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62개사 중 11개사(17.7%)가 금융 업종으로 이는 전 업종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금융주가 부진한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 역할을 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돼 왔다.


하지만 이번 계엄령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국장 탈출’이 심화되면서 금융주에서도 매도 행렬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외인은 지난 4~5일 4대 금융지주로 분류되는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에 대해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을 2224억원 순매도했고 신한지주(935억원)·하나금융지주(400억원)·우리금융지주(143억원) 등의 순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밸류업을 선도한 점이 오히려 악재가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외인에 이어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기피’ 현상이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같은 투자자 이탈은 정부가 연초부터 공들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추진 동력이 돼야 할 법안 개정 필요 안건들이 빠르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상황에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들어와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 업종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은 만큼 다른 업종 대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장에서는 오는 20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특별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을 앞두고 금융주들의 편입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이번 계엄령 사태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정책에 가장 잘 부합하는 업종인 만큼 전향적인 자본 정책의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며 “현 상황에서 연중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원안대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도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당직자와 시민들이 비상 계엄 해제를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현재 국내 증시에 뚜렷한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주를 향한 투심(투자심리)이 사그라들 가능성은 낮다는 시선도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주가 시장보다 크게 초과 상승한 이유는 밸류업 모멘텀도 있으나 은행주를 대체 매수할 업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던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모멘텀 소강 상태에서도 금융주가 코스피를 초과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주가 주목받는 상황이 금융주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말에 몰려 있는 배당기준일에 맞춰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미리 사들이는 수요가 증가하는데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금융주에 집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배당주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주류가 된 만큼 앞으로도 배당주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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