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미세조정 노력에도
원·달러 1430원대 '목전'
정치적 혼란 해결 없이는
원화 가치 하락세 불가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외환당국이 직접 환율에 개입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마저도 치솟는 환율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국 혼란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외환 당국이 원화를 사들이며 직접 나섰지만 1430원대가 맥없이 뚫리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스무딩 오퍼레이션의 효용성 논란이 나온 만큼, 정치적 혼란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환율을 잡는 데에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년 1개월 만에 최고가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3일 주간거래 마감가인 1394.7원와 비교하면 42.3원 급등한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환율에 직접 개입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란 중앙은행이 환율 변동을 둔화시키기 위해 시장에 가하는 미세조정으로, 환율이 급등할 경우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 원화 가치를 상승시킨다.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데 그치는 구두 개입과는 달리, 직접 개입은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 당국이 원화를 대가로 미 달러화를 매각한다. 원화의 절하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환율 수준보다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며 “특정 환율 수준이 위기라고 얘기하기에는 구조가 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환율 변동성은 현재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기도 하고, 국민연금 스와프 체결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일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치솟기 시작하자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나왔고, 이후 달러도 상승 폭을 줄이면서 환율이 1420원대 초반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 당국의 직접 개입에 대해 또다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국 혼란이 길어지면서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넘나들며 환율 하단이 1400원대에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의 효용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당국은 7개월 동안 시장에 약 600억 달러를 매도한 바 있다. 지난 2022년에도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한은은 한화 12조원 규모의 달러를 매도해 원화 가치를 제고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임시방편책일 뿐"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2022년 환율 상승 시기에도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원화 절하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연일 밝히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환율 급등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정치적 불안 자체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치솟는 환율을 막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주말 사이 대통령 탄핵안이 여당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부결됐고, 이에 따라 탄핵 정국이 더욱 길어지고 경제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정치적인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1500원까지 볼 수도 있다”며 "당국이 개입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상황이 진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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