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저축은행도 건전성 '촉각'…적기시정조치는 미뤄질 듯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2.11 06:00  수정 2024.12.11 06:00

갑작스런 정치 불안에 관리 '고삐'

일부는 적기시정조치 예상되지만

더 큰 혼란 낳을 우려에 시기 조율

저축은행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저축은행업권의 부실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유동성 관리를 주문하고, 일부 부실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전망이다.


다만 정치적 불안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칫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공식 조치가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그 시기는 다소 미뤄지는 분위기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병칠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전날 저축은행과 여전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연달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부원장은 KB·SBI·금화·모아·애큐온·웰컴·한국투자 등 7개 저축은행 CEO와 저축은행중앙회 임원을 불러 비상대응체계를 재점검하고, 부실자산을 신속 정리하라고 당부했다.


김 부원장은 "자산건전성 악화 지속으로 더 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기손익에 연연하지 말고 경·공매, 매각 등을 통해 적극적인 부실자산 정리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은 PF 연착륙을 진행중이다. 지난 6월 강화된 부동산 PF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2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재구조화나 경-공매 정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경·공매로 정리된 사업장은 3292억원 규모로 전체 15% 수준에 그쳤다.


이 가운데 탄핵 국면으로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용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경계감을 놓지 않고 있다.


3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유동성 비율은 135.84%로 법정 기준(100%)을 웃도는 수준이다. 개별 저축은행이 유사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17조원, 중앙회에서도 예탁금 10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중앙회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수신 잔액이나 예금 입·출금 등 유동성 추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특정 저축은행에서 3% 이상 예금 변동이 일어나면 관련 부서에 실시간 전달되는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예금 인출에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저축은행 유동성이 안정적인 만큼, 건전성 제고를 위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한다.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통해 부실 저축은행 2곳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지표 관련 경영실태평가에서 이들의 자산건전성 등급을 4등급(취약)으로 통보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이번주 적기시정조치 부과가 예상됐지만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에 자칫 금융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썬 정례회의 안건에 적기시정조치 내용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 금융위 정례회의는 오는 24일이다.


애초에 3곳을 통보했지만, 1곳은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돼 2곳을 대상으로 가장 낮은 수위의 '권고'가 예상되고 있다. 권고 등급을 부과받은 저축은행은 ▲인력·조직운영 개선 ▲경비 절감 ▲영업소 관리 효율화 ▲유형자산 등 투자 제한 및 신규업무영역 진출 제한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특별대손충당금 설정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 이후에도 6월 말, 9월 말 경영실태평가에서 '취약' 등급을 받은 저축은행 수 곳을 추가로 금융위에 통보할 계획이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움직임도 예상된다. 다만 업황 악화 속 자율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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