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만 8곳 진행…총 모집금액 시총 27% 수준
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주가 급락…한화리츠 25%↓
“우호적인 분위기 지속…배당 성장 매력 주목”
올해와 내년 국내외 금리인하 기조로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현재 이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가운 모양새다. 하반기에만 유상증자를 발표한 곳이 8곳이나 되는 등 주주가치 희석 문제가 제기되면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상장 리츠에 대해 유상증자 이슈로 단기 부진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편입 자산이 늘어나면서 배당 성장주로서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리츠들이 연이어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자산 편입을 발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규 자산 편입은 리츠의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이지만 투자자들은 이보다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더 크게 인식하면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유상증자를 실시했거나 추진 중인 상장 리츠는 삼성FN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한화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등 총 8곳이다.
상장 리츠들이 이렇게 잇달아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는 조달된 자금을 신규 자산 편입과 기존 차입금 상환에 활용해 이자 비용을 줄이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금리 환경에서 자산 매각으로 배당 방어에 집중했던 상장 리츠들은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를 악재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지난 11일 기준 올 하반기 들어 1254원(26.3%) 하락한 3515원을 나타냈다.
이 외에 삼성FN리츠(-11.0%), 신한알파리츠(-10.5%), 롯데리츠(-5.4%), 이지스레지던스리츠(-5.8%),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11.94%), 디앤디플랫폼리츠(-14.9%) 마스턴프리미어리츠(-39.0%) 등도 급락했다.
당초 올해 초만 해도 미국과 국내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행될 경우 상장 리츠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예금 금리 등이 낮아지면 통상 연 5~8%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리츠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또한 보유 부동산의 평가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단기간에 대규모 증자가 일어나면서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반기 상장 리츠들이 진행한 유상증자의 총모집 금액은 9270억원으로 지난 11일 기준 8곳의 시가총액(3조3784억원)의 27.4%에 이른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치 희석 리스크가 높은 유상증자가 아닌, 회사채 혹은 전환사채(CB) 발행을 검토해야 한단 의견도 나오는 등 투자자 불만이 확대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츠 주가가 단기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에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 금리 하락 등 정책적으로나 거시환경적으로나 우호적인 분위기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 “리츠는 밸류업을 실시하고 있는 타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배당수익률만으로는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나 리파이낸싱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신규 자산 편입 등으로 이뤄낼 배당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 배당해야 해 예측 가능성이 타 섹터 대비 높은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