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관련 자금 조달 30조 돌파
미 대선 앞두고 미리 유동성 확보
불어나는 이자 비용 부담은 압박
국내 4대 은행들이 외화 채권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이 올해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불어나며 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불안 요인을 앞두고 미리 유동성을 확보해 두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외화 채권을 발행하며 짊어져야 하는 이자율이 6%에 육박한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은 앞으로 은행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평균 잔액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외화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31조703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8%(2조129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외화 채권 조달 자금이 10조715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4%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9조3672억원으로, 하나은행은 6조2731억원으로 각각 8.4%와 3.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외화 채권 조달 자금도 5조3484억원으로 0.9% 증가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채권까지 확대하며 외화를 쌓아둔 배경에는 올해 말 예견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제는 외화 채권을 발행하며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너무 비싸졌다는 점이다. 채권 발행 수요가 쏠리면서 이를 위해 짊어져야 하는 금융 비용 부담도 함께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올해 3분기 외화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부담한 금리는 평균 5.88%로 지난해보다 0.23%포인트(p)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6.91%로, 하나은행은 6.31%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23%p와 0.01%p씩 외화 채권 조달 금리가 올랐다. 신한은행 역시 6.33%로, 국민은행도 3.96%로 각각 0.45%p와 0.21%p씩 해당 수치가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압박 요인이다. 상환해야 할 고금리 채권이 쌓여 있는 와중 시장 이자율만 낮아지면 상대적인 부담이 더 커지는 효과가 날 수 있어서다.
연준은 지난 9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통화정책은 30개월 만에 전환이 이뤄졌다. 이어 이번 달에도 연달아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p 낮췄다.
한국은행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충한 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해외에서의 은행채 발행 금리가 다소 과도하게 높아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