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앞두고 환율 고공행진
고관세 등 우려 높지만 외교·경제라인 마비
기업 투자 유도하는 지속가능성 확보 절실
본격적인 연말이 시작되는 12월의 세 번째날 갑작스런 비상 계엄 조치로 온 나라가 한 바탕 소란을 겪었다. 6시간여 만에 상황은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대통령은 물론 비상 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정치권에서는 ‘민생’ 대신 ‘탄핵’이 최우선 주제가 됐다.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소비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 불확실성마저 커진 셈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집권에 앞서 이미 환율은 고공행진 중이고 내수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자영업자부터 대기업까지 모두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특히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기업들의 불안은 더 크다.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구조다 보니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소비 침체로 내수 보다는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 중인 상황에 고환율이란 거대한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최근 한류를 타고 세계인들이 K푸드, K뷰티, K패션에 열광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어렵게 지펴놓은 불씨가 꺼질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여행시장은 탄핵 정국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한국 여행에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 보다 해외에서 더 크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불리는 미국의 새로운 정부 등장에 세계 각국은 인맥 등 각종 네트워크를 동원해 자국의 이익 보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차기 트럼프 정부가 고관세 정책을 계속 강조해온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탄핵 사태로 혼란스러운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나 정치권 대신 기업인들이 나서서 이 일을 대신하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생존에 대한 절실함 또한 한 몫을 차지하는 듯 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나서서 물밑 작업을 진행해야 할 시기에 내부 갈등으로 외교, 경제라인이 모두 마비되면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연일 정부와 정치권에서 ‘민생’과 ‘경제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 국민과 기업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허울 좋은 외침일 뿐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탄핵 정국이라는 어수선하고 특수한 상황이지만 그럴 때 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게 지속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이다. 기업의 투자가 늘고 물가가 안정돼야 비로소 민생도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