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위신 추락한 부총리
미국 국채 투자로 국민적 손가락질
탄로난 휴대전화 교체 ‘거짓말’
명예 회복은 경제 살리는 방법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 수장, 한때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던 인물이 요즘 체면을 많이 구기고 있다. 휴대전화를 바꾼 적 없다던 국회에서 발언은 5분 만에 거짓말로 판명 났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던 무렵 미국 국채에 2억원이나 투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탄을 받았다.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면서 책임 회피 논란을 낳았다. 계엄 당시 받았다는 ‘쪽지’ 문제도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자영업자 폐업에 관한 발언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멀다. 모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관한 이야기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부장관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고초를 겪었다. 야당 의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적 있는지를 묻자, 그는 “없다”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통신사에서 제출한 자료에서 최 부총리의 휴대전화 교체 사실이 확인됐다.
최 부총리는 미국 국채 매입 사실과 관련해서도 이날 질책의 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해 8월 금융기관 추천을 받아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 미국 국채 매입은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 경제 수장이 고환율일수록 높은 이익을 얻는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가 국회에서 질타의 중심에 서는 동안 경제는 악화일로다. 종잡을 수 없는 ‘천조국’ 대통령 탓에 세계 경제가 골머리 썩고 있다. 대한민국 상황은 더 나쁘다.
지난 15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보다 0.8%p나 낮춘 수치다.
16일에는 모건스탠리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내놓았다. 전망치는 1.0%로 참담했다. 지난 1월 발표했던 1.5%보다 0.5%p 낮췄다.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0%대 성장률 전망이 나올 거라는 회의적인 말들이 떠돌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1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뒤 배포한 경제 상황 평가에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와 계엄 등의 영향으로 인해 작년 4분기 카페 및 술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달 2월 경기도 수원시 한 폐업한 카페 매장 앞에 테이블과 의자 등이 쌓여 있다. ⓒ뉴시스
논란 자처한 최 부총리, 경제만큼은 능력 보여야
국가 경제는 어느 한 사람만의 능력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의 유기적 활동의 결과다. 무역 국가인 한국은 대외 경제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다만, 결과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정부 몫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功)은 기업과 개인이, 과(過)는 정부가 떠안는 게 당연하다. 최상목 부총리는 현재 경기 침체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려오는 최 부총리 관련한 뉴스는 경제와 관계없는 것들이 상당하다. 경제 하나만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인데 경제부총리 관련 뉴스는 정작 경제와 상관없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만회할 기회는 있다. 최 부총리는 이번 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차 미국 워싱턴DC를 간다. 그곳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난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금융·외환 관련 주제와 함께 한미 통상 이슈가 빠질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두 사람 만남에 기대가 높다. 기대를 넘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아야 한다는 ‘당위적’인 바람도 있다.
최 부총리 개인적으로도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기회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국민은 다른 논란들을 어느 정도 눈감아 줄지도 모른다.
베센트와의 만남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밀당 수법에 우리가 이리저리 끌려다닐 가능성 때문이다. 주도권은 미국에 있는 게 사실이다. ‘결과물’에 대한 욕심이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최 부총리도 이를 잘 알기에 “절대로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가 우려를 불식하고 베센트와의 만남을 통해 본인 명예도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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