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훈풍’ 부는 K-조선, 실적·외교 쌍끌이 기대감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5.02 11:57  수정 2025.05.02 11:58

‘빅3’ 나란히 호실적 달성...슈퍼사이클 지속 기대

고부가 선종에 고환율 효과까지…생산성도 개선

펠런 미 해군성 장관 현장 시찰로 협력 확대 시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 두 번째)과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HD현대중공업

조선업계가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가운데 미국발 외교 훈풍이 더해지며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지속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나란히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미국 해군성 고위 인사의 방한이 맞물리며 한미 조선 협력의 외연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은 12조4091억원, 영업이익은 1조240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3년 만의 연간 동반 흑자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최대 세 자릿수 증가율로 반등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7717억원, 영업이익 85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 436.3%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한화오션도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으로 각각 37.6%, 288.8% 늘었다. 삼성중공업 역시 매출 2조4943억원, 영업이익 123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2%, 58% 성장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생산성 개선, 고환율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HD현대중공업은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고가 선박의 조기 인도가 가능했고 한화오션은 1분기 특수선 부문 영업이익이 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8배가량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고수익 선종 중심의 수주 전략이 주효했다.


여기에 미국 해군성의 ‘러브콜’도 업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연달아 방문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며 설명하고 있다.ⓒ한화오션

펠란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에 직접 승선하고 건조 중인 차세대 구축함 다산정약용함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이처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미 함정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한국과 미국은 혈맹으로 맺어진 친구이자 최고의 동맹국”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선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유콘’함의 정비 현장과 잠수함 건조구역 등을 시찰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펠런 장관이 조선소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계속 옆자리에서 함께 이동하며 주요 사항들에 대해서는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조선소 내에서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협력 논의를 이어갔다.


업계는 이번 방한을 단순 방문이 아닌, 수주 및 기술 협력 확대를 위한 사전 조율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초부터 강조해 온 ‘미국 조선업 재건’ 기조 속 한국 조선사들과의 실질적 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의회예산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54년까지 해군 신규 함정 조달에 연평균 300억 달러(약 43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 해군은 이들 전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만 연간 최대 74억 달러(약 10조6000억원)를 배정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내 거점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HII)와 기술협약을 맺었고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북미 기반을 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조선 견제와 미국 선박의 해외 건조를 막는 ‘존스법’ 개정 움직임도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가 자리 잡은 가운데, 미국과의 산업·외교 협력 채널도 뚜렷해지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MRO 사업뿐만 아니라 신규 군함 건조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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