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예능, 갈수록 첩첩산중...1% 늪에 '허우적' [D:방송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08 09:07  수정 2025.05.08 09:08

한때 필승 콘텐츠로 통하던 여행 예능이 최근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간 여행 예능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제는 시청률과 화제성 등 객관적인 지표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여행 예능에 대한 시청자 선호도가 한층 더 낮아졌음을 방증한다.


ⓒtvN, JTBC

'언니네 산지직송'이 4일 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임지연과 이재욱의 리얼리티 예능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본방송에서는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특히 이 기록은 보통 두 번째 시즌이 가장 흥행한다는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방송일을 목요일에서 일요일로 옮기고, 이정재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등 흥행을 위한 동력이 충분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됐던 '핀란드 셋방살이', '극한투어' 또한 마찬가지로 1%대의 시청률을 냈다. 방송사들이 다양한 출연진 조합과 색다른 콘셉트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처럼 여행 예능 부진의 원인으로는 팬데믹의 종식이 있다. 해외여행이 다시 일상화되며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예능으로 대리 충족하던 시기가 지나간 것이다. 시청자들은 화면으로 보는 여행 대신 직접 떠나는 여행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여행 예능에 대한 호기심도 하락했다.


포맷 자체의 식상함 또한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연예인이 해외에 나가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먹방'을 하며 현지인과 교류하는 골격은 대부분의 여행 예능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성을 사용하는 유튜브 콘텐츠 또한 포화 상태라는 점에 있다.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하고 제작비 부담이 적은 대형 유튜브 채널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콘텐츠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방송 예능의 차별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여행 예능이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다는 요소 또한 크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고 하나 여전히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청자에게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는 연예인의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편'은 방영 전부터 "돈 받고 여행하고 부럽다", "몰입이 안된다" 등의 반감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행 예능은 계속해서 제작되고 있다. '우리지금만나', '위대한 가이드', '지구마불 세계여행3'가 현재 방송 중이며 '태계일주' 또한 세 번째 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다. '태계일주'와 '지구마불'의 경우 앞선 시즌으로 인해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출연진에 대한 호감도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확률이 높다. 그러나 새롭게 기획되거나 자리를 잡지 못한 IP는 상황이 다르다. 여행 예능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이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두 번쨰 시즌을 시작한 '위대한 가이드'는 '재미'를 강점으로 꼽았다. 김구산 MBC플러스 본부장은 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지난 시즌 대비) 업그레이드가 잘 됐다. 자신있게 소개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 특히 박명수가 웃기기 시작했다"고 예고했다. '우리지금만나'는 '설렘'을 내세웠다. 제작진은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이성 외국인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설렘까지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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