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화끈’했던 美·中, 남은 관심은 해운·물류 정상화 이후 상황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5.13 15:28  수정 2025.05.13 15:30

미·중 관세 협상 타결…90일간 유예

상호 관세율 사실상 10% 수준 유지

급감하던 선적량 회복 가시화

유예 기간 종료 후 상황은 예측 어려워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대보다 화끈하게 관세를 인하하기로 한 양국 결정에 앞으로 해운물류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90일 유예라는 한시적 조처인 만큼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백악관은 12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미·중) 양국이 오는 14일을 기준으로 상호 부과한 고율 관세를 90일간 대폭 유예하기로 했다”며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 결과를 알렸다.


미국은 지난달 2일 발표한 대중국 상호 관세율 34% 가운데 기본세율 10%를 제외한 보복성 관세 24%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행정명령으로 추가 부과했던 91% 수준의 보복 관세도 철회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기본세율 10% 수준으로 복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 등에 관해 두 차례에 걸쳐 10%씩 부과한 20%의 기존 관세를 포함해도 총관세율은 30%에 그친다.


중국도 미국에 대응해 부과했던 34%의 관세율을 10%로 낮추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부과했던 91%의 추가 보복 관세도 동시에 철회한다. 중국의 대미 관세율 역시 10%로 낮아진다.


이번 협상 결과로 당장 중국발 미국행 선적량에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당연히 해운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 기업이 중국산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가구부터 와인, 주류, 장난감, 의류, 플라스틱 등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고객사들의 전화가 늘고 있다.


에버그린 마린 사(社)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선박의 보스턴 정박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려 한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한다.


컨테이너선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불확실성 여전, 당분간 운임은 오를 수밖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직격타를 맞으며 3~4월 급감했던 선적량이 8월 초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남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 해운정보과장은 “협상 타결 전부터 월마트 등 대형 업체들이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발주를 재개하려던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번에 중국은 재고를 소진해야 하고, 미국은 재고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화물량(선적량) 회복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진공에 따르면 통상 10월까지가 물류 운송 성수기다. 연말 쇼핑 시즌과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물량 수급이 늘기 때문이다.


다만 관세 적용 유예(90일)가 끝나는 8월 중순 이후에도 이런 선적량 증가가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전망하기 어렵다.


정 과장은 “8월 중순 관세 유예 조처가 끝나면 미국 수입업자들이 9월 말이나 10월 초에 필요한 물건들을 8월 안에 당겨서 준비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며 “만약 수입업자들이 8월 이전에 물량을 더 쌓아두려고 한다면 단기간에 선적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운임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 과장 설명처럼 선적량 회복 등으로 운임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미·중 양국이 높은 세율로 상호 관세를 매기면서 상사들이 선복(화물 적재 공간)을 크게 줄인 상태였다가 이번 협상으로 이를 갑자기 보충해야 하니 일정 기간 선복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 과장은 “이번 관세 협상 이후 일부 선사들이 15일 자로 ‘피크 시즌 차지(Peak season charge)’를 조정한다는 발표를 벌써 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 발표되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SCFI)부터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번 협상 결과에도 여전히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는다. 선사나 수출입 업체에서는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90일 이후 관세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만큼, 연간 계획 수립은 사실상 어렵다.


정 과장은 “지금 미국이나 세계 모두 경제 성장 전망이 많이 떨어져 있고, 소비자 구매력 회복이나 이런 게 개선돼야 하는 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운임은) 단기적으로 급등했다가 다시 내려가는 상황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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