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신화’ 편의점도 멈췄다...역성장에 더해진 인건비 불확실성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5.19 07:18  수정 2025.05.19 07:18

편의점 ‘투톱’, 1분기 영업이익 감소

점포 수 증가세 꺾인 것 큰 원인 지목

내년도 인건비 인상시 어려움 더해질 것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계산대에 있는 담배 판매대와 광고문구의 모습.ⓒ뉴시스

‘불황에도 끄떡없다’던 편의점이 멈췄다. 1분기 매출이 첫 역성장을 기록했고, 점포 수 증가세도 36년 만에 꺾였다. 인건비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도 인건비 변수까지 겹치면서, 골목상권의 최전선에 있던 편의점 업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역성장했다. 편의점의 분기 기준 매출이 뒷걸음질 친 것은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3년 2분기 이래 처음이다.


업계 ‘투톱’인 CU와 GS25 실적에서도 최근 편의점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30.7% 감소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매출도 2조123억원으로 2.2%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34.6% 줄었다. 계속해서 실적 성장을 이어오던 편의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우상향하던 점포 수 증가세가 꺾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 빅4(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점포 수는 5만4852개로 36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1988년 편의점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다.


부진한 내수 경기도 반영됐다. 장기화 된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위축된 소비 심리가 1분기 내내 지속돼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5개월 연속 장기 평균(100)을 하회했다.


편의점이 멈췄다는 것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지금의 소비 시장이 얼마나 예민하고,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일상의 등불처럼 존재하던 편의점마저 흔들리면서 ‘생활밀착 산업’에 더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편의점 산업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과 주휴수당, 심야 근로수당 등 각종 인건비 지출이 늘면서 일부 점주는 추가 인력을 줄이고 아예 폐점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편의점 계산대가 근로자 없이 비어 있다.ⓒ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했다. 이달 중순 현장 점검을 한 뒤 27일 전원회의를 재개한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이뤄진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기구다.


최대 쟁점은 올해도 ‘인상률’이다. 이미 양측은 1차 전원회의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간 인상률이 2.5%, 1.7%였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전가됐다"고 했다.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상승에 민감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업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서울 동작구 편의점 점주 A씨(50대)는 “야간에는 매출이 거의 없는데도 최소 인력은 필요하다 보니 인건비가 적자 수준”이라며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 등 실제 지급되는 시급은 이미 체감상 1만원 중반대를 넘기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가맹점주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다”고 호소했다.


최근엔 무인화 기기나 셀프 계산대 도입 등으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초기 비용 부담 때문에 가맹점주 입장에선 쉬운 선택이 아니다. 무인기기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고, 유지보수나 고장 시 대응 문제도 점포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인화 점포는 주류와 담배 판매에 제약이 크다. 해당 품목은 성인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 확인이 필수지만, 무인 계산대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일부 기기에 신분증 스캔 기능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위·변조 위험이나 인증 오류 등의 문제로 인해 활용이 제한적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효율성 측면에서 무인화는 필요한 흐름이지만 담배와 주류 판매, 택배·조리 서비스 등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며 “기술 도입보다 제도적·운영상 균형을 맞추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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