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조4000억원 들여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
한발 앞서 LG전자는 ES사업본부 별도 신설하기도
최근 삼성전자가 2조4000억원을 들여 유럽 최대 공조기기 회사 인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LG전자의 공조 사업도 재조명 받고 있다. 최근 AI(인공지능) 대전으로 인해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열을 식혀줄 수 있는 공조 솔루션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양사는 각자의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한화 약 2조378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트그룹은 유럽 최대 HVAC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공장 클린룸, 산업·주거용 건물 등 다양한 시설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매년 7억 유로(한화 약 1조1000억원) 수준의 연매출을 올리는 업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조(兆)단위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은 무려 8년 만이다. 그 배경에는 AI 열풍으로 급성장 중인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이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전반적인 공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라는 점이 삼성전자가 가정용 뿐만이 아닌 다양한 산업용에 활용될 수 있는 중앙 공조 시장에 발을 깊게 들인 배경이기도 하다.
공조에서 한발 앞서간 LG, 별도 사업부도 신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산업용 HVAC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공조 사업을 가전에서 아예 별도 분리해 ES사업본부로 신설했다. 대표적인 자사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 '칠러'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내 CPU, GPU 등 칩을 직접 냉각하는 방식인 액체냉각 솔루션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빌딩이나 공공기관 등의 상업용 에어컨(SAC)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솔루션 ▲가정용 에어컨(RAC) 등도 아우르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기업간 거래)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 그중 공조를 담당하는 ES 사업본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힐에 신규 HVAC 생산시설도 착공했다. 북미 상업용 HVAC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시스템 에어컨·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에서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탈탄소화 정책, 친환경 냉매 사용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시장환경 변화는 LG전자 공조 사업 가속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 있는 축구장 9개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을 공급했다. 이번 수주를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추진하는 도시 개발 정책에 대응해 현지 맞춤형 공조 사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업 확장에 발맞춰 엔지니어들을 교육훈련하는 시설도 늘려가고 있다. 1월 태국 방콕에 있는 HVAC 아카데미를 확대 이전했고, 3월엔 중국 선전에 아카데미를 신규 설립했다. 약 70개의 아카데미를 HVAC 사업 확대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LG전자의 공조 사업을 총괄하는 ES사업본부의 매출과 영업익은 우상향을 그리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매출 및 영업익은 각각 3조544억원, 406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분기 최대치다. 매출 및 영업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8.0%, 21.2% 상당이 늘었다. LG전자는 현재 10조원 규모의 공조 사업을 2030년까지 두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