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ATL의 화려한 글로벌 증시 데뷔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05.25 07:07  수정 2025.05.25 07:07

CATL, 홍콩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4% 급등

美 제재 속에 미국인 투자 거부하고도 ‘대박’ 터뜨려

이번 IPO 통해 6조원대 이상 조달 올해 글로벌 1위

조달 자금 90% 유럽 공략 핵심 거점 헝가리에 투자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의 쩡위췬 창업자 겸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0일 CATL의 홍콩증권거래소 주식시장 상장을 알리는 대형 징을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 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중국 선전(深圳) 주식시장의 촹예판(創業板·중국판 나스닥)에 이미 상장돼 있는 닝더스다이가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 주식시장에 또다시 상장하면서 글로벌 증시로 본격 진출한 것이다.


올해 세계 기업공개(IPO) 가운데 최대어로 꼽혔던 닝더스다이는 홍콩 증시 상장 첫날인 지난 20일 공모가보다 16%나 급등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AP통신은 "닝더스다이의 홍콩 증시 상장은 미·중 관세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핵심 제조업체에 여전히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쩡위친(曾毓群) 닝더스다이 창업자 겸 회장은 이날 “이번 닝더스다이의 홍콩 증시 상장은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더 깊은 통합을 의미한다”며 “전 세계의 탄소 제로 경제를 주도한다는 자사 사명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닝더스다이 주가는 이날 홍콩 증시에서 296홍콩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263홍콩달러)보다 12.5% 높은 가격이다. 주가는 장중 한때 18.4% 급등한 311.4홍콩달러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에 부응했다. 장이 끝날 무렵 단기 급등을 우려한 경계·차익 매물이 시나브로 흘러나오며 주가는 공모가보다 16.4% 급등한 306.2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닝더스다이는 희망 공모가 상단인 263홍콩달러에 1억 3600만주를 매각해 357억 홍콩달러(약 46억 달러·6조 3300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올들어 전 세계에서 이뤄진 IPO 중 최대 규모다. 여기에다 1770만주 규모의 그린슈(Green shoe·초과배정) 옵션까지 실행될 경우 조달 규모는 최대 53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중국 푸젠성 닝더에 있는 닝더스다이(CATL) 연구개발센터. ⓒ 로이터/연합뉴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IPO 시장에서 CATL의 홍콩 상장 규모는 이전 최대 기록인 일본 JX어드밴스드메탈즈의 29억 8000만 달러, 2위 미국 벤처 글로벌 17억 5000만 달러 기록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LG CNS는 8억 2000만 달러로 세계 9위에 해당한다.


2011년 중국 푸젠(福建)성 닝더(寧德)시에 설립된 닝더스다이는 사실 상장 이전부터 화려한 코너스톤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홍콩 증시 상장에서도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예고됐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것이다. 대체로 일류 대기업과 유명 부호 또는 상장기업의 자회사 등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한다.


중국 3대 정유업체 중 하나인 중국석화(中國石化·Sinopec)을 비롯해 쿠웨이트 투자청(KIA)과 힐하우스 캐피털, 상하이(上海) 소재 중국 투자기관 가오이(高毅)에셋, 글로벌 투자은행(IB) UBS 등 23개 기관 투자가와 기업이 몰려들어 투자에 참여하며 닝더스다이의 ‘대박의 꿈’을 부풀렸다.


이들 코너스톤 투자자들은 닝더스다이가 발행한 홍콩 주식의 57.1%를 인수했다. 금액 규모로 따지면 최대 203억 7100만 홍콩달러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최대 투자자는 중국석화와 쿠웨이트투자청으로 각각 38억 7000만 홍콩달러 규모의 닝더스다이 주식을 매입했다.


닝더스다이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 12~14일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벌였다. 중국석화을 비롯해 쿠웨이트투자청과 카타르투자청 등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대거 몰리자 공모 규모를 여러 차례 확대했고, 모두 1억 3600만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공모 가격도 희망 범위 최상단인 주당 263홍콩달러로 확정돼 ‘돈벼락’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닝더스다이(CATL)가 지난달 21일 상하이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열린 테크데이 현장에서 초고속 충전 배터리 모델 ‘싱’을 공개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특히 닝더스다이의 IPO 성공은 미·중 간 관세전쟁에 따른 갈등과 미 국방부의 제재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닝더스다이를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추가해 제재했다. 미 의회도 지난달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닝더스다이 IPO 업무에서 손을 떼라고 공개 압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닝더스다이는 이번 IPO에서 미국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판매를 불허하고, 특정 미 규제 당국에 대한 서류제출 의무를 면제하는 이른바 '레그 S 오퍼링'(Reg S offering) 방식을 택했다. 닝더스다이는 이번 홍콩 상장 과정에서 미국 투자자의 자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증시의 대규모 IPO에 미국 내국인 투자자가 참여할 수 없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중 관세전쟁 등 두 나라 간 갈등이 IPO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만큼 IPO 흥행은 투자자들이 전기차 전환의 선두에 있는 닝더스다이의 전망을 더 높게 평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IPO 흥행에는 달러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산 다변화 수요도 한몫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유망 기업의 상장과 함께 환 위험을 분산하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홍콩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홍콩 금융 당국은 이달 들어 홍콩달러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17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 시스템(ESS) 점유율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닝더스다이는 사세가 확장돼 해외 투자유치 필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 기반을 넓히고 해외 자본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홍콩 증시에도 문을 두드렸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와 홍콩에 중복 상장을 신청한 기업은 올해만 30곳에 달한다.


닝더스다이는 홍콩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 중 90%가량을 헝가리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헝가리 공장을 유럽 완성차 시장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BMW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미 포드 등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덕분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8.2%에 이른다.


한국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닝더스다이와 비야디(比亞迪·BYD를 합친 중국 배터리 ‘빅2’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51.4%에서 올해 2월 기준 55.1%로 높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3사의 합계 점유율이 같은 기간 23.2%에서 17.7%로 뒷걸음친 것과 대조적이다.


닝더스다이는 수익성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 때문에 매출 증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앞날은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2022년 3286억 위안(약 62조 8000억원)에서 1023년 4009억 위안으로 늘어났으나 지난해 매출은 9.7% 감소한 3620억 위안을 기록해 일단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 자료; SNE리서치

그러나 올해 4329억 위안, 내년 5299억 위안으로 매출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368억 위안에서 2023년 537억 위안, 지난해 641억 위안, 올해 783억 위안, 내년 916억 위안으로 꾸준히 큰 걸음의 증가세가 전망된다.


기술 혁신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5분 충전으로 520㎞, 완전 충전 시 최대 150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공개해 업계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앞서 경쟁사인 BYD는 5분 충전으로 470㎞를 주행하는 기술을 내놨다. 일본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로 고전하는 것과는 달리 닝더스다이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닝더스다이의 성공적인 IPO에 힘입어 중국 주요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 역시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수광(王曙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위원은 “닝더스다이의 성공적인 상장은 다른 주요 중국 기업들의 홍콩 상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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