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공약 여전히 '단기 처방'에 그쳐
장기적 생존 위한 구조적 개선 한계 뚜렷
중앙정부 보다 지자체 민간 주도 협력 해야
대통령선거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소상공인 지원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정을 통한 금융지원, 임대료 감면, 채무탕감 등 다채로운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단기 처방 및 일회성 비용 감면' 위주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은 전례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냉소 섞인 반응이 많다. 위기를 단기적으로 모면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장기적 생존을 위한 구조적 개선에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폐업률이 역대급을 기록하는 등 정책의 실효성이 무색한 상황이다.
소상공인 지원의 핵심은 경쟁력 강화를 통한 매출 증대 차원의 지원이다. 일회성 비용 절감 위주의 금융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상공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 또한, 지원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다.
업종·지역·규모에 따라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지원의 편차가 크다. 특히 디지털 전환 역량이 부족한 전통시장 상인이나 고령층 소상공인은 지원 정보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대선 공약도 표를 의식한 현금성 지원책을 넘어 소상공인의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둔 정책 패러다임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이다.
첫째로 '단기 생계지원'에서 '자생력 강화'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대출 위주의 금융지원을 넘어 상권 특성 분석을 통한 맞춤형 컨설팅 또는 창업 재설계, 디지털 전환 교육 등 자생력을 높이는 장기적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맞춤형 컨설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호주의 'Small Business Advisory Service'를 들 수 있다. 이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500명의 컨설턴트를 전국에 배치해 무료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상공인의 68%가 6개월 내 온라인 매출 50% 이상의 개선을 가져왔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사례는 독일의 'Digital Now Initiative'를 들 수 있다. 동 사업은 소상공인의 디지털 장비 구매비용의 40%를 최대 1만7000 유로(약 2500만원)까지 보조하며 클라우드 시스템, 사이버보안 솔루션 도입을 의무화해 소상공인 영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기여했다. 이를 토대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업체들 중 평균 18%의 항구적 원가절감 효과도 가져왔다.
둘째로 중앙정부 주도 대신 지자체와 민간의 협력 강화를 통한 소상공인 사업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즉, 지역 상권을 가장 잘 아는 주체는 현장에 있는 지자체와 상인회다. 정부는 큰 틀을 제시하되 집행은 지역 단위에서 민간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Revitalize Rochester Fund'이다. 이는 지방정부인 로체스터시와 민간재단인 Ralph C. Wilson, Jr. Foundation 등이 참여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역 상권의 건물 개조 ▲거리 경관 사업 진행 ▲경영 컨설팅, 창업 및 성장지원 등이다. 이를 통해 지역내 빈 점포 감소, 상권 활성화의 성과를 거뒀다.
셋째는 일률적 지원에서 성장단계별 맞춤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원 정책은 모든 소상공인을 똑같이 고려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창업 1년차 생계형 소상공인과 10년차 성장기업형 소상공인의 지원 수요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성장단계 '창업–성장–도약–재도전'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창업자는 교육과 창업비 지원을, 성장단계에서는 마케팅·브랜딩·디지털화, 재도전 단계에서는 채무조정 및 사업전환을 지원하는 구조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Kompass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는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와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역량 강화 및 경영지원프로그램이다. 이는 예비 창업자부터 성장기업까지 4단계로 구분해 지원한다. 창업 기회를 비롯해 ▲절차안내 ▲필수교육 및 자격취득지원 ▲창업 직후 경영 현안 해결 ▲성장단계에서의 전략 수립이 그것이다.
Kompass 프로그램은 폐업률을 낮추는 등 사업 생존율을 높이고, 사업자의 전문성 확보와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결론적으로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단기 금융지원에서 자생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지원으로, 중앙정부 위주에서 지자체와 민간 협력 주도로, 일률 지원에서 맞춤형 단계별 지원으로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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