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규제 말고 현장서 해법 찾자 [기자수첩-유통]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5.06.02 07:00  수정 2025.06.02 10:50

'수수료 상한제' 대선 공약으로 등장

공정위도 TF 구성…"인위적 규제 부작용 우려"

"현장 목소리 중요…지속가능 생태계 조성" 기대

한 배달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10대 공약 중 하나로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내걸었다.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금지와 수수료 상한제를 통해 공정한 배달 문화를 구축하며 자영업자·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별도의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지난달 이강일 민주당 의원 등은 수수료 상한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게 수수료, 광고비, 배달비 등 각종 부과금의 산정 기준과 거래 조건을 서면 제공·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입점업체 단체의 협상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민주당은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쿠팡이츠, 배달의민족과 배달 수수료 문제도 논의 중이다. 오는 7월 안에 수수료 인하 등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목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배달플랫폼 사건처리 전담팀(TF)을 구성하고 나섰다. 날로 늘어나는 배달플랫폼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이해당사자들 간 충분한 합의 없이 나오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플랫폼, 가맹점주, 소비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만큼 정부의 섣부른 개입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나 입점 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수수료 상환을 법제화한다면 이를 광고비, 배달비 등 다른 비용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앞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배달앱 수수료 문제는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갈리는 만큼 정부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말을 찾기도 어렵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열린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차등수수료제를 골자로 한 상생안 역시 마찬가지다.


배달앱 수수료를 최대 2.0%포인트 낮췄지만 여전히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또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배달 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하고 복잡한 배달 시장에서 인위적인 가격 규제 만이 전부는 아니다.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현장에 있다.


갈등 원인이 무엇인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현장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플랫폼, 자영자, 소비자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방적인 규제로 어느 한쪽에 부담을 지우는 일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필요하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보태져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배달 시장 생태계가 조성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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