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혁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희주(공현지 분)는 실수로 이사 전 주소로 택배를 보내고, 이를 찾기 위해 이전 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만난 남성(정우영 분)은 자신이 새로 이사 온 사람이라며, 택배를 집에 집에 들어와서 기다릴 것을 권유한다.
희주는 남자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지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분위기가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때 택배기사로부터 "택배를 이사 온 여성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희주는 곧바로 위기감을 느낀다.
방 안에서는 다른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문틈 사이로는 침대 위에 사람처럼 보이는 형체가 보인다. 불안을 느낀 희주는 빠르게 집을 나가려 하지만 문이 잠겨 있고, 가까스로 벗어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 뒤, 희주의 집 앞에는 당시 받지 못했던 택배와 함께 고지서 한 장이 놓여 있다. 누군가 다녀갔음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다.
일상의 작은 실수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점차 불안을 조성하며 극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초반부는 단순한 택배 수령을 위한 방문처럼 보이지만, 공간의 분위기와 인물의 말투, 그리고 발견되는 사물들이 교차되며 긴장감이 서서히 조여온다.
특히 관객은 주인공이 익숙한 공간을 순식간에 낯설게 느끼는 위화감과 불안을 따라간다.
그러나 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안도감 이후, 며칠이 지나 희주의 집 앞에 놓인 택배와 고지서는 또 다른 공포를 예고한다.
공간의 침범, 그리고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은 영화가 던지는 가장 큰 위협이자 질문이기도 하다. 집이라는 안전지대가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은 짧지만 강한 불안을 남긴다.
결말 이후에 되려 시작되는 공포의 구조는, 단편이라는 형식 안에서 인상 깊은 긴장과 여운을 만들어낸다. 러닝타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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