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 가파른 오름세…한미 정상회담 불발에 은행권도 '한숨'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6.17 17:02  수정 2025.06.17 17:06

지난달 5대 은행 연체율 0.49%로 '껑충'

하반기 미 관세로 내수·수출 악화 우려

한미정상 만남 불발에 대외불안 이어져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49%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길어지는 내수 침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취약 차주들이 급증한 탓이다.


특히 새 정부의 '포용금융'을 위해 은행들의 재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를 모았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역시 불발되면서 은행권의 한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49%로 한 달 전보다 0.05%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0.14%p 높아졌다.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개인사업자의 부실이 빠르게 늘어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평균 0.67%를 기록하며 한 달 새 0.06%p나 급등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말보다 0.19%p 뛰었다.


코로나 시기 이후 경기 침체로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연명해왔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경기와 높은 수준의 금리로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자영업자들의 연체 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길어지는 침체에 부실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의 근간인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 및 근로자들의 소득도 감소하고, 결국 내수 소비마저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은행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은행은 부실 대출 증가에 대비해 막대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한다.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 정부가 '포용금융'을 금융권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면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압박할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는 자영업자 빚 탕감, 부실채권 소각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자영업자의 과도한 빚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 추진 의사까지 공식화했다.


배드뱅크는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조정을 해주는 기구로, 설립에 필요한 재원은 상당 부분 은행권이 출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7 정상회의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미정상회담 역시 최종 불발되면서 금융권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적인 대화로 해결 실마리를 찾으려는 기대가 무산되면서, 굳건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 차주를 돕는다는 정책 방향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시장 원리에 따른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 기능마저 위축될까 우려된다"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적 요구까지 더해진다면 은행의 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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