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33년 만 SK하이닉스에 1위 내줘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격차 벌어져
각각 3위 업체에 맹추격...'3성' 우려도
하반기 HBM·2나노 성과 중요 분수령
삼성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대기업 순위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순위를 매기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재계서열)에서 삼성은 24년 연속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반도체 업계에서 들리는 '삼성의 위기감'이 한편으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3년간 유지해 온 D램 점유율 1위 자리를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내줬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른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은 만큼 재차 1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뒤따릅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TSMC가 올해 1분기 67.6%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7.7%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간신히 지켰습니다. 제가 '간신히'라고 표현한 이유는 3위 중국 SMIC와의 격차가 1.7%p로 좁혀져서입니다.
HBM은 마이크론이, 파운드리는 중국 업체들이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2위마저 뺏긴 '3성'이 될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외부 평가를 내부에서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위축돼 있을 걸로 예상되던 그들에게서 미묘한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위기의식이야 있지만, 조급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가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 떠오르면서 '삼성이 정교한 계획 속에 정진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메모리사업부의 한 관계자가 매일 밤 9-10시가 돼도 퇴근을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는데, 어쩌면 이를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 확대, 파운드리 2나노 양산 성공 등이 그들이 말하고 준비하는 '큰 건'인 것 같습니다.
두 건은 모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반기에 결판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하반기는 삼성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하반기에 삼성에 대해 뭐라고 쓰고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원래 압도적인 1등의 경쟁자는 2등도, 3등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삼성vs삼성. 저는 삼성에 베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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