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하던 팬덤, 열애설에 '와르르'…케이팝, 정말 '유사 연애' 시장일까 [D:이슈]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23 13:48  수정 2025.06.23 13:49

그룹 더보이즈 주학년이 AV 배우와의 사적 만남을 가졌다는 보도 직후 탈퇴 소식을 전했다. 당시 성매매 의혹이 불거지지 않은 터라 소속사의 퇴출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아이돌 그룹의 주 수요층인 케이팝(K-POP) 팬덤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케이팝 팬덤이 가진 소비심리의 특수성 중 가장 주된 요소가 ‘연애 감정에 가까운 '친밀감'이다. 국내외 가수나 배우들을 향한 유사 연애 감정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케이팝 산업의 경우 소비자가 이러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조를 갖췄다. 대표적인 예가 팬 사인회와 라이브 방송, 프라이빗 메시지 플랫폼이다. 소비자는 아티스트와 사적인 소통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지는 서비스를 이용하며 아티스트와의 끈끈한 친밀감을 형성하고, 이는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고 소비를 이끄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더보이즈는 케이팝 팬덤이 어떤 논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들은 최근 멤버 주연이 신시아와의 열애설에 휩싸이며 대형 팬 계정을 중심으로 '탈덕' 인증 행렬을 마주했다. 일례로 주연과 신시아의 열애설에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여러분 저는 정말 괜찮아요"라며 블락비의 '베리 굿'에 맞춰 춤을 추는 여고생의 영상은 50만 뷰를 훌쩍 넘으며 팬들의 공감을 샀다. 이는 4월 선우의 태도 논란에는 팬덤이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높은 충성도를 보였던 것과는 상이한 반응이다.


아이돌의 열애설은 늘 활동에 커다란 타격을 안겼다. 간미연은 베이비복스 활동 시절 문희준과의 열애설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태연과 백현은 열애 인정을 한 후에도 오랜 시간 가요팬들의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제니와 뷔의 제주도 목격담과 사진이 공개된 직후 두 사람의 소속사 YG의 주가는 1.97%, 하이브의 주가는 2.49% 하락했고, 조슈아의 열애설에 분노한 세븐틴의 팬덤은 하이브 사옥 앞에 그의 탈퇴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팬덤의 반응을 단순히 유사 연애 감정의 무너짐으로 인한 분노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슈아는 열애설이 불거졌던 상대 여성이 팬 이벤트 현장과 콘서트장을 방문했다는 목격담이 퍼지며 '팬 기만'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카리나는 데이트에 다녀온 후 감기에 걸려 팬 사인회에 불참했다는 추측이 힘을 얻으며 "팬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냈다"는 실망감을 안겼다. 단순히 연애를 했다는 사실보다도, 팬과의 관계를 가볍게 여긴 듯한 태도와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팬보다도 무관심한 연예인'이라는 인식이 등을 돌리게 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이규탁 부교수는 지난해 홍콩 매체 SCMP를 통해 "케이팝 팬덤은 가수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부모나 후원자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들은 스타들이 자신의 커리어에 몰두하고 성공을 쫓아가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팝 팬덤은 아티스트들이 방향을 틀어 데이트와 같은 다른 일에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가수에 대해 로맨틱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많은 경우 자신의 스타가 인기를 잃고 라이벌에게 뒤처질까 두려워 데이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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