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자산증식·불법후원' 의혹 이끌어내
李 '장농 이자' 발언 소환…여권 '내로남불' 지적
"현금 봉투, 국민 눈높이에 맞을 리 없다" 불호령
"김민석 신뢰도 떨어져…朱 1등공신" 평가 나와
"국민이 왜 김민석 후보자가 신세 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걱정해야 하나. 총리 후보자를 바꾸고 인사 검증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발췌)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정치인이 됐다. 가장 큰 논란으로 떠오른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의혹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국민들에게 보고한 것도 주 의원이고, 이 때문에 여권으로부터 회유나 협박에 시달린 것 역시 주 의원이기 때문이다.
주 의원이 김 후보자의 비리 의혹을 처음 꺼내든건 지난 12일이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직접 총리 후보로 지명한지 1주일여만이다. 당시 주 의원은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에게 불거졌던 차명 대출과 차명 부동산 의혹을 제기하며 새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인사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사검증팀장을, 이후 초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맡았던 주 의원은 자신의 장기 중 하나인 인사검증 특기를 살려 이승엽 변호사의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이 보은성 인사라는 의혹과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 조상호 사법제도비서관 등 역시 보은 인사라는 점을 밝혀내는데 주력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오 전 수석은 13일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날카로운 주 의원의 칼날이 김 후보자를 향한 건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에서 시작됐다. 김 후보자의 아들이 고3 때 동아리 활동으로 만든 법안을 민주당 의원 10명 이상이 발의에 서명을 했다는 걸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이 주 의원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의 아들이 인도네시아 부족의 한글 교육을 돕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의 국회 세미나를 김 후보자가 열어준 것 역시 주 의원이 캐낸 사실이다.
이에 지난 13일 국무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고, 그 즉시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의 세미나 비용은 국고에서 지원된다. (김 후보자는) 아들의 사회단체 활동을 민의의 전당에서 국민 혈세로 도운 것"이라며 "김 후보 아들이 고3 동아리 활동에서 습작으로 만든 법안도 발의됐다. '아빠 찬스'로 아들의 입시·채용·정치입문에 두루 쓰일 스펙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직후인 14일, 주 의원은 "(김 후보자의) 2020년부터 5년간의 '돈벌이'와 '씀씀이'가 너무 안 맞는다"며 지금까지도 김 후보자에게 걸린 의혹 중 가장 큰 의혹인 '재산 증식 의혹'을 터트렸다. 또 인사청문위원으로 청문보고서를 받아본 주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18년 4월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강신성씨 등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쪼개기 불법 후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주 의원은 김 후보자의 자산 증식 의혹과 강씨와 관련한 불법 후원 논란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주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까지 (김 후보에게) 자료 제출 97건을 요청했는데, 실질적으로 2건만 제출됐다. 국민을 대표한 인사검증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의혹의 핵심인 소득 자료는 꽁꽁 감췄다가 인사청문회 날에 설명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오만한 총리, 빚져서 갚아야 하는 총리, 변명만 늘어놓는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 의원이 파헤친 재산 증식 의혹의 핵심은 김 후보자의 공식 수입은 의원직을 수행하면서 받은 세비 5억1000만원에 불과한데 13억원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해당 13억원의 지출 중에는 추징금 6억2000만 원과 신용카드·현금 사용 금액 2억3000만원, 기부금 2억원이 포함됐다. 전처가 전액을 부담했다는 아들의 유학비 2억5000만원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6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해당 자금을 두 차례의 출판기념회, 결혼식 축의금과 빙부상 조의금으로 해결했다는 김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서도 주 의원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주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아직 소명 안 된 아들 유학비 2억원을 빼 주더라도, 경조사와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현금이 최소 6억원이 넘는다. 국민 눈높이에서 통상적 수준이 명백히 아니다"라며 "6억원의 현금을 집에 쟁여놓고, 그때그때 써왔으며, 재산 등록은 매년 누락해 왔다는 의미다. 정치인이 자기 집에 현금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얘기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돈 많은 분들은 왜 돈을 장농에 보관할까. 장농도 이자를 주는건가"라고 쓴 글을 게재한 뒤 "인사권자인 대통령도 명언을 남겼다. 장롱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고 적어 국민들과 당원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날카로운 주 의원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출판기념회'를 본인의 세비 외 수익이라고 주장한 김 후보자와 같은 사례를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검은 봉투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검은봉투법은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정치자금의 음성적인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 의원은 지난 23일 검은봉투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지식과 가치관을 공유하기 위한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의 불법적·편법적 조달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신고 절차만 법에 담아도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다. 더 이상 제2의 김민석 후보와 같은 사례가 정치권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미비점을 개선하고, '검은돈 정치의 시대'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 의원의 활약은 24일 시작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주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향해 "처음에는 기타 소득만 있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출판기념회, 축의금, 장모 지원금까지 해명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출판기념회 오는 사람들은 현금 봉투를 내려놓고 간다. 현금 봉투가 국민 눈높이에 맞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한 번의 출판 기념회에서 1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과 관련해 "사회적 통념을 넘지 않으며, 불법 자금은 결코 없었다"고 밝힌데 대한 반박을 위해서다.
당내에서도 주 의원의 공로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향해 날카로운 지적들을 꺼내왔던 주 의원의 특기가 이번 청문회에서 제대로 발휘되며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 성공했다"며 "다른 인청위원과 의원들의 노력 역시 인정해야겠지만 이번 김민석 후보 인사청문회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주진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주 의원이 제기하는 의혹들은 무게감이 다른 듯한 느낌"이라며 "김민석 후보가 실제 국무총리로 임명된다 하더라도 1억원을 버는데 몇 년씩 걸리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출판기념회 하루 만에 1억5000만원을 번 총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텐데 이를 이끌어낸 것이 주 의원인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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