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처분 인용, 상대방 반박 기회 없이 불이익 고정…고도의 소명 필요”
핵심 쟁점은 본안으로 넘어가…상호보유 구조 해소로 의결권 제한 재발 어려워져
영풍, 대법 재항고 방침…소송 장기화 불가피, 정기 주총 실질적 경영권 분수령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이 영풍 측 가처분을 기각하며 공은 본안소송으로 넘어갔다. 표면적으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듯하지만 재판부는 핵심 쟁점 판단을 본안으로 넘겼다. 다만 본안소송은 수년간 장기화될 수 있어, 실질적인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결국 향후 정기 주총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4일 결정문에서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며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해 다퉈 볼 기회를 가져 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는 가처분이 본안소송 전까지의 ‘임시 조치’인 만큼, 이번처럼 의결권 회복 등 실질적 이익이 조기에 확정되는 경우엔 상대방 반박 기회 없이 불이익이 고정될 수 있어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인용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상호주 외관 형성을 통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한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상호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 규정(상법 제369조 제3항)의 적용이 당연히 배제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부분에 관해선 본안 소송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복잡한 법리와 사실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본안소송에서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방식이 맞다는 것도 영풍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닌 판단 자체를 ‘보류’한 셈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법 제369조 제3항(상호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조항)을 적용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4%를 보유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영풍 계열사 SMH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상호보유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영풍 측 의결권을 차단했고 최윤범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MBK·영풍 측은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항고했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재판부는 상호주에 의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것이 위법·부당하다는 영풍 측 주장을 모두 배척하면서 고려아연의 일련의 방어 행위가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거나 상식과 신뢰(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풍이 이후 SMH가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을 자회사 YPC로 넘기며 상호보유 구조가 해소돼 고려아연이 같은 방식으로 의결권을 다시 제한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영풍은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에 대한 항고를 기각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풍 소송대리인은 “고등법원 결정문에 많은 부분이 본안에서 판단이 되면 좋겠다는 판시가 있다”며 “그 판시 이외에 간단한 쟁점도 어차피 있기 때문에 결국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재항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풍이 제기한 본안소송(주주총회 결의 취소)에서 승소할 경우, 지난 정기 주총에서 의결된 이사 선임 안건 등이 무효화돼 임시 주총을 통해 신규 이사를 다시 선임할 수 있는 절차가 가능해진다.
다만, 본안소송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년간 이어질 소송보다, 내년 정기 주총이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사실상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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