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LTV 50%에서 6억원으로 축소
강남·용산 등 핵심지 이주비 마련 ‘비상’
건설사·조합원 추가 이주비 부담 높아져
재건축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현금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6억 한도’ 대출 규제로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이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 지원이 사업 수주의 핵심 변수로 부상해서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가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행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한도 규제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재건축 조합들의 이주비 대출이 축소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담보인정비율(LTV) 50% 기준으로 10억~2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었는데 앞으로 6억원 이상 빌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주비는 사업장 철거 전에 조합원이 새 주택을 건설하는 기간 동안 전셋집을 구하거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데 쓰이는 자금이다. 조합원들이 각자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잇는 ‘기본 이주비’와 시공사가 조합에 빌려주는 ‘추가 이주비’로 구별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번 대출 규제를 통해 시행일(6월 28일)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받는 정비사업장의 이주비 대출과 잔금 대출도 6억원 한도를 받는다고 재확인했다. 다주택자는 아예 이주비를 대출 받을 수 없다.
이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과 용산 등의 조합원은 이주비 마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올해 3월 기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다리는 사업지는 총 52곳(4만8633가구)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둔 용산구 한남2구역, 강남구 개포주공5·6·7단지, 송파구 잠실 우성4차, 동작구 노량진1구역 등이 포함된다.
930여 가구가 있는 송파구 가락 삼익맨숀 아파트의 경우 조합에 다르면 이번 6억 대출 한도로 조합원 기본 이주비가 가구당 1억4000만~3억7000만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전세 보증금만 해도 최소 1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으로 조합원들은 “전세 이주조차 불가능해졌다”며 일대 패닉에 빠진 분위기다.
한남 2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서 종전 규정을 적용해 달라’는 민원을 넣은 상태다.
다만 추가 이주비는 대출 규제를 적용 받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보다 높아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는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이주비를 빌려주는 것이 금지된다. 기본 이주비대출의 금리는 3%대나 추가이주비는 6%대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주비 지급 경쟁을 펼쳐온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용산구 한남4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 기본 이주비 LTV 50%에 100%를 추가한 LTV 150%(12억원)의 파격 조건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에서 이주비 LTV 150%, 최저 이주비 가구당 10억원 등을 제시한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용산정비창 전면 제 1구역 재개발 조합에 기본 이주비 LTV 50%와 추가 이주비 LTV 100%, 최저 이주비 20억원의 조건을 내세웠다.
향후 수주전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은 추가 이주비를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시공사 재무 여력에 따라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의 격차도 벌어져 결국 정비사업의 양극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염려가 나온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미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무리한 추가 이주비 제시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형건설사 위주로 사업 수주가 집중되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건설사들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