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서 선전…‘노이즈’,기특한 생존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7.10 14:29  수정 2025.07.10 14:29

13일 '노이즈' 주역들, 흥행 감사 무대 인사 진행

한국 중소영화 '노이즈'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 속에서 살아남았다.


김수진 감독의 데뷔작이자 이선빈 주연의 영화 '노이즈'는지난 달 25일 2만 8162명으로 출발한 뒤 첫 주말 누적 20만 명에 그치며 아쉬운 출발을 했지만, 2주차에 접어들며 오히려 관객 수가 증가했고, 2주차 주말엔 무려 32만 명을 동원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주차에 들어서는 7일 평일 관객 수는 5만 명으로 개봉 이후 평일 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10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82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 만해도 손익분기점 100만 명 달성까지 험난할 거라 예상했지만, 현재 이 기세라면 손익분기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이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개봉한 여름 시즌,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F1 더 무비' 등 글로벌 대작들의 사이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계는 뚜렷한 침체를 겪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극장 누적 관객 수는 4249만 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6293만 명)보다 2000만 명 이상 줄었다. 그 중 한국영화 비중은 더욱 낮아졌다.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외화 337만 명을 기록한 '야당'이었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영화는 '히트맨2', '말할 수 없는 비밀', '승부' 등 일부에 불과했다. '신작은 외면당하고, 재개봉이 메운 극장가’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한국영화 시장은 정체와 위축의 반복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노이즈'의 뜻밖의 선전은 작품 자체의 힘에서 비롯됐다.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연출과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의 상충 지점은 흥미로운 긴장을 만들었고, 층간 소음 설정으로 일상 공간 속 위협을 체감하게 하는 방식도 주효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밀도 높게 구현한 이선빈의 연기 역시 극의 긴장을 끝까지 유지시켰다. 연출, 배우의 정확한 호흡이 시너지를 내며 장르의 쾌감을 만들어 관객의 신뢰를 얻은 셈이다.


제작비가 크지 않고, 장르적으로도 낯선 시도를 감행했으며,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노이즈의 성과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근 투자 위축과 연이은 흥행 실패로 인해 기획이 점점 더 보수적으로 흐르고, 상업성과 안전성을 중시한 프랜차이즈 중심의 제작 환경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노이즈'는 대형 IP도, 유명 감독도 없이 오롯이 작품의 완성도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이에 '노이즈'는 기획 테이블에서 외면받기 쉬운 신인 감독과 새로운 장르 실험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로, 무기력해진 한국영화 시장 속에 기대를 걸 수 있는 단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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