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에 불고기까지…불더위 속 북한 주민들의 여름나기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7.12 06:10  수정 2025.07.12 06:10

한국 대형마트와 비슷해…北내부서 생산된 제품 보여

개고기 보양식으로 여전히 주목…단고기 요리 경연도

무더위가 지속되는 북한 평양에서 한 남성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시원한 청량음료에 맥주, 불고기까지. 폭염의 기세가 북한에도 닥치면서 무더위를 쫓는 주민들의 여름나기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0일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음료 매대와 과일남새(채소) 매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한 방송을 보면 슈퍼마켓으로 보이는 곳에 발효초음료, 탄산음료, 사이다, 수박 등이 보였으며 이같은 상품들이 많이 팔린다고 TV는 전했다.


특히 한국의 대형 마트와 마찬가지로 제품군별로 매대가 있는 모습이었고, 북한 내부에서 생산된 제품이 주를 이뤘다.


북한조선중앙TV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음료 매대와 과일남새(채소) 매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냉동샘물, 사이다, 강서약수, 탄산음료, 발효초음료, 수박, 토마토 등이 많이 팔린다고 TV는 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평양 대동강 한가운데서 보트를 타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상품도 등장해 눈길을 끌어 강가에서 여름을 나는 풍경도 우리와 비슷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대동강에서 유람용 원형보트 봉사(서비스)가 인기라고 지난 7일 보도했다. 차양막을 씌운 원형보트는 6인승과 12인승으로 나뉘며 손님들이 직접 조종할 수 있다.


배 가운데에는 불고기를 구울 수 있는 식탁이 보였으며 뱃멀미를 하는 사람은 정박장의 식사실에서 식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하보림 육해운성 해운관리국 유람선봉사소 소장은 "유람용 원형보트 봉사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와 인기가 매우 높다"며 "손님들의 수요에 맞게 손전화기로 예약 봉사도 진행하는데 명절날과 휴식일에는 미처 그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양 대동강에서 유람용 원형보트 봉사(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신보·연합뉴

시원한 맥주도 빠지지 않았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운영하는 '조선의 출판물' 홈페이지에 게재된 화보집 '조선' 6월호를 보면 러시아청소년연합민족이사회 구성원들이 평양 대동강에서 운영하는 식당배(유람선) 대동강호에 탑승했는데 '대동강 맥주'가 언급됐다.


러시아청소년연합민족이사회 이사장은 "식당의 특산물과 고급요리들, 산해진미를 맛본 우리 대표단 성원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며 "대동강맥주의 맛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감상록을 남겼다.


사진에는 관광객들은 생맥주와 버터롤, 튀김 요리 등을 즐기고 유람선 난간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다채롭게 담겼다.


북한은 '대동강맥주'를 글로벌 상품으로 밀고 있다. 2019년 브랜드 로고를 상표 출원했고, 2023년 1월에는 '대동강(TAEDONGGANG)'이라는 명칭도 등록 절차를 마쳤다.


한국에선 개고기 영업이 점차 사양길로 접어든 가운데 북한에선 여전히 단고기(개고기) 요리가 보양식으로 취급된다.


조선중앙TV는 최근 평양의 초대형 음식점인 화성각에서 '평양시 개고기 요리 경연'이 개최됐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장영미 평양시인민위원회 부원은 "시 안의 사회급양 부문, 식료 수매 부문 63개 단위의 200여명의 요리사가 참가했는데 지난해에 비해서 2배나 더 많은 단위들이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장 부원은 "예로부터 삼복철의 보신탕으로 일러온 단고기국을 비롯한 단고기요리의 가공 수준을 더욱 높이고 단위들 사이에 기술과 경험을 서로 나누는 데서 좋은 계기"라고 이번 대회의 의의를 밝혔다.


화성각은 2023년 준공된 평양의 뉴타운 '화성지구'에 위치한 식당이다. 부지 면적이 2만6000여㎡에 달하며 좌석이 1000석이 넘는다. 화성지구 내 랜드마크 음식점에서 대회가 열린 만큼 방문객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단백질 공급원이 제한적이기에 매해 전국 단위의 요리 경연대회를 열 정도로 개고기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최근 평양의 초대형 음식점인 화성각에서 '평양시 단고기(개고기) 요리 경연'이 개최됐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평안남도 평성시 장수각에서도 평안남도 단고기요리경연이 열렸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특히 북한 내부에서는 '삼복철에 단고기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보약'이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로 복날 단고기를 으뜸 보양식으로 치고 있다.


김일성은 생전에 단고기국을 즐겨 먹었으며, 김정일은 1990년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 단고기집에 식자재를 공급해 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한편 북한은 고온과 홍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재해 대응, 인명 피해를 막기위한 기구도 신설한 바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장마철 피해 방지사업 보도에서 '재해방지성'이라는 기구가 새롭게 식별됐다. 상황실로 추정되는 사무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재해방지성에서'라는 자막이 달린 것이 확인됐다.


통일부는 "북한이 효과적인 재해 대응을 위해 기존 내각기관인 국가비상재해위원회를 재해방지성으로 개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에 담긴 상황실처럼 보이는 공간이 지난해 국가비상재해위원회 모습과 동일하고, 국가비상재해위원회가 작년 12월 이후 북한 매체에 언급된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이 재해 대응 기능을 하는 기구로 '재해방지성'을 내각에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북한 조선중앙TV의 장마철 피해 방지사업 보도에서 '재해방지성' 기구가 새롭게 식별됐다. ⓒ조선중앙TV화면

통일부는 북한이 재해 대응의 책임·권한을 집중하기 위해 위원회를 성급 기관으로 변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7월 북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압록강 인근 지역에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 이번 개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무더위는 지속되고 있다. 전날 조선중앙방송은 "무더위 주의경보"라며 "오늘까지 평양시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과 평산, 위원, 연산을 비롯한 내륙의 여러 지역에서 낮 최고 기온이 33 내지 35도로 높아지고 일평균 상대 습도도 7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무더위가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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