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귀환”…LP로 부활하는 시대의 명반들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11 14:27  수정 2025.07.11 14:28

학전 故김민기 대표 1집 '김민기' LP로 재발매

"음악 작업, 진솔한 기록으로...고인 유지 따른 결과물"

ⓒ학전

스트리밍 시대, 무형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유형의 ‘소유’가치를 증명하는 LP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명반들이 LP로 재발매되면서 ‘소장’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되새기는 셈이다.


최근 고(故) 김민기 1집 앨범의 LP 재발매 소식이 대표적이다. 학전은 이달 21일 1주기를 맞는 고 김민기 대표의 첫 앨범을 54년 만에 LP로 재발매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발매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급변하는 음악 소비 행태 속에서 변치 않는 ‘소유’의 가치를 상징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971년 발매된 김민기의 1집 ‘김민기’는 한국 대중문화에 상징적인 역할을 한 앨범으로 평가된다. 음반은 ‘아침 이슬’ ‘그날’ ‘꽃 피우는 아이’ 등 고인의 대표곡을 포함한 10곡으로 구성됐다. 발매 이듬해에 김민기가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민중가요를 가르치다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당국에 의해 음반 잔여분량이 판매 금지됐다. 이후 그의 앨범은 수십 배 가격에 암거래되거나 여러 종류의 해적판 LP로 제작됐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음악성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명반이지만,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희귀 음반에 속한다. 앞서 학전은 2004년 ‘김민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복원해 CD로 선보인 바 있으나 LP를 정식 재발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전은 오리지널 음반을 수집한 뒤 최신 기술로 새롭게 음원을 복원하는 과정을 거쳐 양질의 사운드를 LP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앨범 커버는 원본 디자인을 계승하되 동시대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키고, 고인의 음악 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친필 악보와 메모 등도 함께 싣는다.


이는 본인의 작업이 진솔한 기록으로 남길 희망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결과물이자, 잊혔던 명작을 물리적으로 복원하고 기리고자 하는 음악 팬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는 비단 김민기 앨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유재하, 들국화, 조용필 등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장들의 초기 앨범들이 LP로 재발매되어왔다. 이들 앨범 역시 현재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 음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재발매된 LP들은 팬들 사이에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LP 재발매 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들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명작을 재조명하면서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특히 유행에 따라 단순히 발매되는 LP들과는 달리, 시대를 대표하는 명반들의 재발매는 그 자체로 음악적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며, 획일화될 수 있는 시장에 다양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또 무한정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스트리밍과는 달리, LP는 한정된 생산량과 물리적 형태로 인해 ‘소유’의 희소성을 강조한다.


물론, 여전히 스트리밍은 대중의 주된 음악 소비 방식고, 그 편리함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LP 재발매 붐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팬들에게는 음악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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