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예] 케이팝의 그림자 ‘오너리스크’, 글로벌 도약 발목 잡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21 07:00  수정 2025.07.21 07:00

세계 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케이팝이 최근 ‘오너리스크’라는 고질적인 그림자에 갇혀 글로벌 도약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과거 개별 소속사의 문제로 치부되던 오너리스크가 이제는 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케이팝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시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케이팝 오너리스크의 심각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사모펀드를 우회해 2000억원에 달하는 상장 이익을 부당하게 취득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관사들의 검토를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사안의 중대성은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표명하면서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강조한 시점에서, 방시혁 의장에 대한 조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동시에 케이팝 산업의 핵심 인물에게 칼날이 향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깊다.


방시혁 의장은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인물로, ‘BTS의 아버지’로 불리며 지난 10여 년간 케이팝 신드롬을 견인한 인물이다. 하이브 또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시가총액 약 11조 5000억원, 자산총액 5조 2500억원을 넘어서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티스트와 팬덤을 넘어 이미 산업적으로 국가 경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하이브의 핵심 인물이 연루된 오너리스크는 그 파급력이 일반 기업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방탄소년단이 군 공백기를 마무리하고 ‘완전체’ 컴백을 앞둔 시점, 그리고 뉴진스와의 법적 분쟁을 겨우 털어내던 참에 불거져 그 아쉬움이 크다. 엔터 업계의 오너리스크는 ‘오너’가 곧 아티스트이자 연예인과 같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충격이 더욱 크고 심각하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2023년 SM 지분 매각 관련 분쟁으로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떠났고, 양현석 전 총괄 프로듀서는 보복·협박 사건으로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끝에 최근 최종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방시혁 의장 역시 지난해 유튜브 인플루언서 동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케이팝이 단순한 문화 상품을 넘어 한국의 중요한 수출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현시점에서, 오너리스크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케이팝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높고 커진 위상과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윤리 경영 시스템을 확립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업계 전반에 걸쳐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와 관련 기관 역시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케이팝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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