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클리셰'로 꼽혀 한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시한부를 소재로 한 정통 멜로부터 2000년대 인기 소재였던 조폭이 주인공인 감성 누아르까지. 드라마들이 '잊힌' 감성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속, 반대로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밝히곤 하지만, 클래식과 올드함 사이 조화로운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19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는 판타지를 가미한 멜로도, 동남아시아에서 유독 사랑받는 청춘 로코도 아닌 도파민 없는 정통 멜로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다음이 없는 영화 감독 제하(남궁민 분)와 오늘이 마지막인 배우 다음(전여빈 분)의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2000년대 멜로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JTBC 금요시리즈 '착한 사나이'는 옛 누아르 감성을 강조했다. 건달 3대 집안 장손 석철(이동욱 분)이 가족과 직장,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겪는 파란만장 사건들을 웃음과 눈물로 그려낸 드라마로, 영화감독 송해성이 연출을 맡았다. 송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파이란'으로 삼류 건달의 순수한 로맨스를 그린 바 있는데, ‘착한 사나이’를 통해 그때 그 시절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착한 사나이'의 제작발표회에서도 송 감독과 배우들은 '올드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을 하면서도"빠른 속도를 쫓아가기보다는 사라져가는 것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 찾고 싶다"고 '착한 사나이'만의 감성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디지털 시대 속, 일부 2030 세대는 오히려 낯선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을 하기도 한다. 또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타고 갓, 노리개, 도포 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등 ‘옛 것’을 되려 ‘힙하게’ 여기며 즐기는 젊은 층도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는 과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통해 젊은 층과 중·장년층, 노년층을 모두 겨냥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1960년대부터 현재의 제주를 아우르는 '폭싹 속았수다'를 선보여 큰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 디즈니플러스에서는 1970년대 신안 앞바다 배경으로,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이야기 다룬 '파인: 촌뜨기들'을 공개 중이다. 부제인 '촌뜨기들' 그대로 활용, 걸쭉한 사투리 등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8월에는 1980년대 연예계 이야기를 다루는 넷플릭스 '애마'도 공개된다.
다만 '우리영화'에 대해 정통 멜로를 언급하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심심하거나, 혹은 진부하다고 평가를 받은 것처럼 클래식한 매력과 지나친 올드함 사이 적절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착한 사나이' 또한 아직 첫 주 방영에 그쳐 추후 전개를 지켜봐야 하지만, 조폭 소재에 대해 호평보다는 '진부해 보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폭싹 속았수다'는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지만, 복고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의상, 배경부터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쉴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단순히 레트로 감성만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젊은층까지 함께 사로잡기 위해서는 감성 외 이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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