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수리 기준, 8월부터 품질인증부품 적용
성능엔 차이 없어…해외에선 활용률 30%
"단순히 대체 부품 사용 확대만으론 보험료 인하 어려워"
오는 8월부터 자동차 보험 수리 시 정품(OEM) 부품 대신 성능이 인증된 '품질인증 대체 부품' 사용이 본격 확대된다. 그동안 안전을 위해 정품 교체를 원칙으로 했던 것과 정면 배치되는 기준이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손해율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정품 사용 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해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또 '정말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느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에 품질엔 큰 차이가 없다는 시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제도 안착까지는 보험 소비자들의 반발 등 현실적 과제가 적지 않다.
2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보험 수리 시 품질인증부품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새 기준은 오는 8월16일부터 자동차보험 계약에 적용될 예정이다.
품질인증부품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심사를 거쳐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은 부품으로, 주로 외장재와 소모품에 해당한다. 가격은 정품 대비 평균 35~40% 저렴하다.
금감원은 수리 시 조달 기간과 가격 등을 고려해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자동차 대물배상 지급 기준도 함께 정비했다.
이번 약관 개정은 지난해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정부는 "정품 중심의 고비용 수리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 보험개발원이 실시한 충돌 안전성 시험 결과에서도 품질인증부품과 정품(OEM) 부품 간 성능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속 56㎞로 정면 충돌 시 탑승자 부위별 상해 등급 평가에서 양 부품 모두 유사한 성능을 보인 것이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는 "품질인증부품도 정품처럼 국토부 인증기관의 검증을 거쳐 성능이 확인됐다"며 "그동안 활용률이 0.5%로 극히 낮았던 이유는 소비자 인식과 정비업계 관행 때문"이라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해당 부품의 활용률이 30%에 이른다.
이처럼 정부는 품질인증부품 사용이 활성화되면 전체적인 수리비 절감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부품 선택에 제약이 생긴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품을 쓰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사실상 선택권이 제한된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정작 업계에서도 당장의 효과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대체 부품 사용 확대만으로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해선 관련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고 수익성이 개선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인하보다는 누적된 손해율을 완화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제도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실제 현장에 안착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품질인증부품이 주로 외장재와 소모품에 집중돼 있고, 공급 재고도 아직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인증된 대체 부품의 유통 비중이 갑자기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품질인증 부품의 사용이 점차 확대돼 전체적인 수리비 절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부품 가격이 낮아지면 손해율도 개선되면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제기되는 '중국산 부품'이라는 우려와 달리, 업계는 현재 인증을 받은 대체 부품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제품이라고도 강조한다.
성능 자체는 순정부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지만, 유통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제 수리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렌트비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당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만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경우에는 부품 단가가 높아 대체 부품을 사용했을 때 수리비 절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그는 "수입차는 순정 부품 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에 대체 부품이 활성화되면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이 더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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