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비경쟁 원칙을 지켜온 기존 운영 기조에서 벗어난 변화로, 영화제 운영 방향에 적잖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칸이나 베니스처럼 글로벌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경쟁 부문을 신설했다"고 설명하며, 경쟁 부문에서는 14편 내외의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1996년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신인 감독을 조명하는 뉴커런츠 등을 통해 제한적인 경쟁 체제를 운영해왔다.
경쟁 부문이 신설·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수상 타이틀이 붙고, 이는 작품의 향후 유통과 감독의 커리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데뷔작을 선보이는 신인 감독들에게는 이후의 투자 유치나 차기작 제작에 있어 강력한 레퍼런스가 되며, 수상 이력은 국제 공동 제작이나 해외 배급에서도 신뢰의 지표로 기능한다.
실제로 다수의 국제 영화제가 경쟁 부문을 통해 세계적 거장 감독의 신작을 유치하며 영화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여기에 경쟁 부문이 생기면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신작을 공식 섹션으로 유치하는 데도 유리해진다. 실제로 주요 국제 영화제들은 경쟁 부문을 통해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품들을 선점하며 영화제의 위상을 높여왔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일부 수용하며, 단기적으로는 영화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영화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공존한다. 예술은 정량화된 평가로 환원되기 어려운 영역이며, 수상 여부 하나로 작품의 가치를 단정짓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시선이 따라온다.
현실적인 운영 부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칸·베니스 등 주요 영화제보다 일정상 늦게 개최되는 만큼, 경쟁 부문 구성을 위해서는 '프리미어' 유치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월드 프리미어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아시아 프리미어도 허용한다"고 밝혀,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된 작품 중 일부도 경쟁 부문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같은 유연한 운영 방침은 경쟁 부문 첫 해 라인업 확보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향후 해외 영화제와 차별화를 위해 국제적 주목도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제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도입은 기존의 축제 분위기 속에 경연의 기능을 더한 운영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향이 신인 발굴의 가능성을 넓히는 확장이 될지, 아니면 순위 중심 구조에 편입되는 축소로 귀결될지, 영화제의 운영 방식과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아직 경쟁 부문 참가작이나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거장 감독 유치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첫 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화제의 고유한 정체성과 변화하는 국제 흐름 사이에서, 서른 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시 출발점 위에 서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