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유휴부지 활용 공급확대 카드 '만지작'
과거 18곳 중 1곳만 착공...사업 또 무산될라
신규 발굴보다 1·3기 신도시 집중, 더 효과적
정부가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선 벌써부터 실효성을 놓고 반신반의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 카드를 내놨지만, 거센 주민 반발에 부딪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다. 서울·수도권 일대 신규 유휴부지를 발굴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1·3기 신도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란 평가가 나온다.
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도심 내 국·공유지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 확대 방법론에 대해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문 정부에서 발표한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새로운 곳을 물색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 내 유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이미 문 정부에서 썼던 카드다. 당시 태릉CC와 정부과천청사 부지, 국립외교원 등 18곳의 부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지자체와 주민들의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대책이 발표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대다수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데다 지자체 간 이견도 상당했던 터라 결국 착공한 곳은 서울 강서구 마곡 소재 미매각 부지 한 곳에 그쳤다. 나머지 부지는 개발이 멈췄거나 엎어졌다.
김 장관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확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행정을 내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휴부지 활용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과거 장관이 (잡음이 있는) 유휴부지를 찾아가 주민과 직접 협상해 봤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책이 정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적극 행정, 현장 행정을 통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김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 안팎으론 “빈 땅을 찾아 단순히 주택만 많이 지으면 된단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실수요는 고려하지 않고 마른걸레 쥐어짜듯 유휴부지에 닭장 아파트를 짓겠다는데 장관이 설득해서 될지 의문”이란 반응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일대에서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획기적인 유휴부지를 발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처럼 주민과 지자체 반발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지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 3기 신도시 조성 등 기존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공급 성과를 내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단, 공공 중심의 공급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내 유휴부지 자체가 많지 않아서 추가적으로 발굴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과거 사업이 잘 굴러가지 않은 이유도 고려해야 한다”며 “유휴부지 발굴이 주된 공급 정책으로 자리잡긴 어렵고 병행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1기 신도시는 이주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진행이 빨리 되긴 어려운 반면, 3기 신도시는 조금씩 속도를 내는 모습이어서 여기에 추가적인 방안들이 같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공임대를 활성화하거나 외국처럼 리츠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문재인정부에선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넓은 부지를 활용하겠단 생각이었다면, 지금 정부는 주민센터 위에 주택을 짓는다든지 발상을 좀 달리하는 것 같다”며 “이미 나올 수 있는 대책은 모두 나온 상태여서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공급 방안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휴부지 대부분은 지자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는 서울시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할 것”이라며 “공공기여를 줄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손질해 1기 신도시를 앞당기는 방안이 있는데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테고, 3기 신도시는 지금부터 짓기 시작하면 4년은 내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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