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가격만 ‘선택’ 좌지우지?…결국 극장도 ‘콘텐츠 싸움’ [영화 티켓값의 현재③]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8.13 11:18  수정 2025.08.13 11:18

영화 티켓 평균 가격 1만 5000원. 프로야구 경기 평균 가격 2만 2000원, 대중음악 공연 티켓 평균 가격 12만 8000원. 연극 평균 가격 2만 6000원. 뮤지컬 평균 가격 5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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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던 이들이 발길을 돌려 경기장을, 공연장을 찾고 있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2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 공간보다는, 3~4시간 소리치고 춤추고 함께 응원하는 경기장을 선택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 티켓 가격은 영화 티켓보다 비싸지만, ‘생생한 무대’의 경험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 티켓값 할인이 극장에 관객을 유인할 ‘큰’ 요인이긴 하지만, ‘절대적’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스포츠·공연 시장의 회복세는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스포츠과학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스포츠산업 규모는 78조 10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3% 성장하며 코로나19이전 수준 가까이 회복됐다. 한국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공연 시장은 2021년부터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개막과 공연건수를 기록하며 회복 단계에 들어섰고, 2025년 3월 기준 공연 시장 티켓 판매액은 1183억 원으로 전월 대비 37.1%, 전년 동월 대비 14.5% 증가하는 등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와 공연 문화의 열풍에는 현장감과 팬덤 문화의 확산이 자리한다. 지난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직관 경험이 있는 2030대 여성 야구 팬 중 49.1%가 현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즐기러 경기장에 방문한다고 답했고, 선수 및 감독을 직접 보기 위해 방문한다는 답변이 21.2%를 차지했다.


공연 시장도 마찬가지다.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이나 인기 아티스트의 콘서트가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는데, 특히 연극과 뮤지컬은 같은 배역을 여러 명의 배우가 맡아 각기 다른 해석과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N차 관람' 또한 매우 활발한 편이다. 관객은 티켓 가격이 높더라도, 충분한 경험이 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반면 영화 산업은 사정이 다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은 8억 7500만 달러(1조 1945억원)로 전세계 극장 시장에서 박스오피스 매출 기준 9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9년(16억 4100만달러)과 비교하면 55.3% 수준으로 회복한 것인데, 동시기 미국(73.3%), 일본(90.6%), 프랑스(95.2%) 등의 회복 수치와 비교해보면 한국은 유독 더딘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의 관객 회복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글로벌 가격 기준 때문이다. 글로벌 물가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의 영화 티켓가격은 128개 국가 중 34위다. 일본이 1900엔으로 21위, 영국이 10파운드로 20위, 각각 평균 14.5 달러와 12.5 유로, 12유로를 호가하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가 11위와 12위, 14위다. 각 나라의 물가 지수를 반영하면 한국 영화 관람료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편인데, 대표적으로 한국의 물가지수는 67.1로, 영화 티켓 가격이 약 14.5달러에 달하는 미국(물가지수 64.8)과 독일(물가지수 58.4)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티켓값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 나라들은 관객 회복이 진행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티켓값이 저렴한 한국은 오히려 관객 회복세가 부진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상황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던 2020년부터 엔데믹이 선언된 2023년까지 영화 관람료는 약 36% 인상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평균 물가 상승률(2.42%)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국제적으로는 저렴한 편일지라도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영화 티켓값의 인상 속도와 인상폭이 빠르고 많이 오른 탓에 체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려면, 단순한 요금 조정보다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확실하게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국내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 2020년 초부터 엔데믹이 선언된 2023년까지 영화 관람료는 약 15.4% 인상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평균 물가 상승률(2.93%)과 큰 차이를 보인다. 관객 입장에서는 실질적 금액이 저렴하더라도 티켓값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많이’ 올랐기 때문에 체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쟁 플랫폼인 OTT와 비교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려면 단순한 요금 조정만으로는 어렵다.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과 일본은 이미 독특한 상영 문화를 정착시킨 사례다. 영국은 영화 속 세계를 재현해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시크릿 시네마', 관객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핫 텁 시네마', 참여형 영화관람 방식으로 운영되는 '퓨처 시네마' 등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마니아 문화가 잘 조성된 일본은 극장 안에서 응원봉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작품을 감상하는 싱어롱 상영회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최근 '위키드:포 굿'과 '오디세이', '아바타3' 등 기대작 예고편을 극장에서 공개하는 전략을 통해 극장의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흐름이다.


이에 비해 한국 극장은 '싱어롱 상영회', 야구 경기 실황 중계, 콘서트 라이브 뷰잉 등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운영했지만, 대부분 일부 관객층에 한정되어 있고 장르와 형태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스포츠 경기·뮤지컬·콘서트 라이브 뷰잉 등은 OTT 또는 팬 플랫폼을 통해서도 소비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감독 및 배우와의 대화(GV), 팬미팅형 이벤트 등 팬덤 참여를 유도하고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이나 현장감, 특별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관객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다고 본다. 극장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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