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본격화…글로벌 무대서 다시 빛난 K조선
국내는 파업·갈등 격화…노란봉투법 통과로 불신 증폭
KDDX 2년째 표류…정치·기업 대립에 신뢰도 타격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한화그룹
과거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여겨져 온 조선업이 새 정부의 ‘실용 외교’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세계는 ‘팀 코리아’에 환호하지만 정작 국내 현장은 노사 갈등과 제도 혼란 속에 불신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빛과 그늘이 교차하는 조선 강국의 ‘두 얼굴’이 선명하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며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은 선박을 매우 잘 만든다”는 발언과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조선소 방문은 협력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대통령은 “허허벌판에서 기적을 일군 K조선의 경험을 마스가에서도 현실로 만들자”고 말했다.
정부가 조선업을 외교의 지렛대로 삼자 기업들은 이를 글로벌 확장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한화와 HD현대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데 이어 캐나다의 60조원 규모 잠수함 사업에서는 양사가 힘을 합쳐 독일과 최종 결선에 오르며 사상 최대 방산 수출 기대를 키웠다. K조선의 존재감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국내 풍경은 전혀 다르다. 울산에서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이유로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현장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조선업종노조연대도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을 겨냥한 공동교섭을 촉구하며 갈등 확산을 예고했다.
여기에 최근 원청 교섭권을 인정하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갈등의 불씨가 더욱 커졌다. 협력사 수백 곳이 얽힌 조선업 구조상 파급력은 전방위로 번질 수밖에 없다. 납기 차질은 물론,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터져 나온다. 해외에서는 기업이 외교의 주역이었는데 국내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입법이 쏟아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정치권과 군 당국, 기업의 책임도 무겁다. 방위사업청과 국회에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2년째 표류 중이다. HD현대와 한화가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을 두고 맞서면서 정치적 공방만 키우는 사이, 사업 지연은 국내 방산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 밖에서는 ‘원팀 코리아’를 외치면서도 안에서는 이해득실에 얽혀 대립하는 모습이다.
조선업은 이제 국가 경쟁력 및 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으로 격상됐다. 외교 무대에서의 성과가 오래 지속되려면 국내 현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협력의 외피만 두른 채 반기업적 규제가 이어지고 파업이 일상화된다면 공들여온 프로젝트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화려한 외교 무대의 조명이 꺼진 뒤 남는 것은 결국 현장이다. 지금이야말로 분열을 치유하고 신뢰를 복원할 마지막 기회다. 대외 협력 못지않게 대내 불신을 풀어내는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조선 강국의 두 얼굴을 바로잡는 일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짊어져야 할 가장 절실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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