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노사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일반 및 지정폐기물 소각 처리 업체인 ‘비노텍㈜’의 파업이 40일째를 맞이했다.
10여 차례가 넘는 노사의 집중적인 교섭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번 분규의 시작은 2025년 4월에 공식적으로 시작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교착 상태가 계속되었고 지난 6월 화섬식품노조 비노텍지회는 공식적인 쟁의행위(파업) 투표를 실시했고 전체 조합원 36명 전원이 참여하여 94%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협상 과정 중에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지방노동위원장의 현장 방문, 지역 국회의원인 박해철 의원의 방문과 조정 노력 등이 있었으나 노사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가장 핵심인 임금 인상률에 대해 사측은 당초 2.2% 인상에서 오늘(14일) 수정안인 2.5%로 0.3%포인트 인상을 제안했고 노조측은 정액 기준 212,040원(약 7.1% 인상)을 주장하였으나 현재는 4%로 하향 제시하였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호한 당기순이익과 배당
비노텍의 재무 구조를 살펴보면, 2024년 당기순이익은 13억 3천만 원으로, 2023년 33억 7천만 원에 비해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 자료 등을 살펴보면 비노텍은 모회사인 EMK에 2023년에는 50억 원, 2024년에는 33억 원을 배당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약 2억 원의 예산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금액이라고 주장하며 사측이 합리적인 인상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태영 화섬식품노조 비노텍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교섭 중에도 사무직 등 비조합원을 현장에 투입시키는 등 사실상 ‘노동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노텍이 사모펀드 모회사에 상당한 배당금을 지급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인상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인허가가 까다롭고 공공성이 강한 폐기물 관리 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인수 합병이 고용 손실과 공공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광범위한 우려와 맞물려 있다.
사모펀드와 공공성의 딜레마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이 폐기물 관리와 같은 필수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운영되는 사모펀드 소유 기업에 대한 감독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모펀드 운영사의 한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다음에 고용 안정 약속 불이행, 배당을 위한 알짜 자산 매각, 열악한 근무 환경 방치를 통한 간접 해고, 불균형한 보상 구조, 부당 노동 행위와 인사 전횡 등을 통해 즉각적인 재무 지표 개선과 부채 상환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일부 있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인 운영 건전성, 전략적 시장 적응, 그리고 포괄적인 직원 복지 등은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이 목적이다 보니 파업과 부당해고 등이 잦을 수 있다.”며 락앤락, BHC, 롯데카드, 홈플러스, 딜라이브 등의 사례를 들었다.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진출한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사모 펀드의 이윤 동기와 ESG 강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기업 및 노동력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간의 균형을 더 잘 맞출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노텍과 EMK, 그리고 케펠
비노텍㈜은 전국에 8개 폐기물 처리 업체를 거느린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
비노텍의 사모펀드 소유권 역사는 2010년 미국의 주요 사모펀드인 JP모건이 한국 폐기물 처리 산업에 처음 진출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JP모건은 비노텍을 약 290억 원에 인수했으며, 다른 지역 폐기물 업체들과 함께 EMK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7년, JP모건 자산운용은 EMK(비노텍 포함)의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에 약 3,900억 원에 매각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IMM은 EMK의 사업 규모를 케이디환경, 탑에코 등 추가 폐기물 업체를 인수하며 전략적으로 확장했다으며 가장 최근의 소유권 변동은 2022년에 발생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EMK를 싱가포르 인프라 펀드인 케펠 인프라스트럭처 트러스트(KIT)에 약 7,000억~8,00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련의 거래는 폐기물 관리 부문의 산업적 전략적 가치 상승을 보여주는 사례로 글로벌 금융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산업이 각 국가마다 규제로 인한 인허가의 복잡성과 높은 자본 집약성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고, 반면 안정적인 장기 현금 흐름을 제공하여 기업 가치 상승에 이은 후속 매각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투자에 매우 적합한 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한편, 본지는 교섭과 파업 관련 사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모기업인 EMK와 비노텍 대표이사, 담당 부서 등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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