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공 방식 벗어난 ‘탈현장’ 공법 대안으로 주목
획기적 공기 단축·균일한 품질…공급 확대 효과적
사업성·경제성 확보 ‘발목’…관련 제도 미비 ‘한계’
연이은 건설현장 인명사고로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면서 중대재해가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했다. 이에 안전사고 리스크를 줄이면서 사업 추진이 가능한 모듈러 공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이 당면 과제로 자리하면서 정부도 ‘모듈러 주택’ 보급 확대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돼 사업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 및 안정적인 공급 확대 방안으로 ‘탈현장’(OSC·Off Site Construction) 공법인 모듈러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모듈러 공법은 기존 현장 중심의 전통적인 시공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건축 부품이나 구조물(모듈)을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해 완성하는 방식이다. 표준화 된 규격에 따라 일정한 품질로 모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공기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단 점이 특징이다.
자잿값 및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모듈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해 건설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단 점에서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작업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안전사고 예방이 가능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정부도 모듈러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도심 내 협소한 부지에 신속한 공급이 가능해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단 점에서다.
이에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용인영덕 경기 행복주택 모듈러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 기술 현황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곳 행복주택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민간사업자로 참여해 시공한 106가구, 13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이다.
업계에선 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한 만큼 공공을 중심으로 한 모듈러 주택 공급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5년 간 3000가구, 이후부턴 5000가구 정도의 임대주택을 모듈러 주택으로 짓는 연구 용역도 발주한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하반기 총 11조4000억원 규모의 공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중 73% 정도인 8조300억원을 공공주택 건설공사 분야에 발주,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발주 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정부가 관심을 두는 만큼 모듈러 주택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70억원 수준이던 국내 모듈러 시장은 2023년 8000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오는 2030년에는 2조원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공법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아직 국내 모듈러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면 자체 모듈러 자회사 및 공장을 보유한 업체는 손에 꼽는다.
일반 건축 대비 생산 단가가 높고 공사비 역시 전통적인 방식보다 30%가량 비싸 사업성 및 경제성 확보도 필요하다. 여기에 관련 법규가 미비해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모듈러 유닛의 표준화 및 품질 인증 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제도적 한계로 지목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이제 막 커지는 상황이고 수요가 확보되지 않아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기술 개발을 위해 충분한 비용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중소·중견건설사는 비용 부담이 상당해 쉽게 뛰어들기 힘들고 관련 제도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고질적인 건설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모듈러주택을 택할 수는 있지만 당장 시장 판도를 바꾸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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