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시장이 위축된 상반기, 의외의 배급사가 선두에 섰다. 2022년 배급에 뛰어든 신생사 바이포엠스튜디오가 CJ,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등 메이저를 제치고 상반기 배급사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 시장은 극장 매출 4079억 원, 관객 4250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3.2%, 32.5% 감소했다. 외화 성적도 부진하고, 관객을 대거 끌어들일 대형 흥행작이 없었던 가운데 바이포엠은 ‘히트맨2’를 앞세워 매출 535억 원, 점유율 13.1%를 기록하며 배급사 순위 1위에 올랐다.
바이포엠이 배급한 ‘히트맨2’(254만 명), ‘승부’(214만 명)는 상반기 흥행 순위 6위와 9위에 올랐고, ‘노이즈’(171만 명) 역시 12위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만 놓고 보면 세 작품 모두 10위권에 들었다. ‘히트맨2’는 전작 흥행세를 이어받아 설 연휴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고, 마약 투약 혐의로 주연 배우 리스크가 불거지며 넷플릭스 직행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승부’는 오랜 표류 끝에 바이포엠의 배급으로 극장 개봉이 성사됐다. 세 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특히 ‘노이즈’는 초반 부진을 딛고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태양의 노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바이러스’ ‘이상한 집’ 등도 연이어 개봉시키며 작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반기 출발도 나쁘지 않다. 지난 13일 개봉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개봉 일주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의 미제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공포물로, 원작 소설과 일본 대세 배우 아카소 에이지 등을 활용한 SNS 바이럴을 적극 활용했다. 출판 사업도 병행하는 바이포엠은 해당 원작을 지난 4월 직접 출간하며 출판과 영화 마케팅을 연계,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이어 김태용 감독의 신작 ‘넘버원’(최우식 출연)을 비롯해 하정우 연출작 ‘윗집 사람들’, 정려원 주연 ‘하얀 차를 탄 여자’, 남윤수·이주명 주연 ‘안아줘’ 등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2017년 출판과 음원 광고 대행으로 출발해 2022년 영화 투자·배급으로 영역을 확장한 바이포엠은 비상선언 평점 조작 및 역바이럴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되며 초반부터 잡음을 겪었다. 당시 ‘외계+인’ ‘헌트’ ‘한산: 용의 출현’에는 투자했지만 비상선언만 제외된 점이 이유로 거론됐고, 논란은 쇼박스의 경찰 수사 의뢰로까지 이어졌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바이포엠은 전략적 행보로 영화계에 자리잡았다. ‘소방관’과 ‘승부’는 배우 사생활 논란으로 흥행 리스크가 컸지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성과를 냈다. 뉴미디어 기반 광고대행사 포엠스토리에서 출발한 이력 덕분에 디지털 바이럴 마케팅에서 강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다만 성과의 상당 부분이 이 마케팅 역량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바이포엠은 '소방관', '히트맨2', '승부' 등 기존 배급사가 리스크를 이유로 물러난 작품들을 연이어 개봉시키며 주목을 받았지만, 마케팅만으로는 장기적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영화 홍보는 리스크 관리, 작품 선별, 제작 과정의 관리 역량까지 요구되며, 극장 이후의 유통·플랫폼 전략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배급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바이포엠은 중소규모 영화 라인업을 가장 많이 확보한 배급사로 꼽힌다. 이는 위축된 시장 속에서 기민한 선택과 실행력을 보여주었음을 의미하며, 향후 실제 성과와 지속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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