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발표 없이 막 내린 국정위
개편 대상 부처, 기약 없는 기다림
고위직 인사 ‘올스톱’에 정책 차질
‘장고(長考) 끝 악수(惡手)’ 될라
“오해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재부 일처리가 예전 같지 않다. 별로 복잡할 게 없는 내용인데도 업무 협조를 구하면 진행이 잘 안된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과 다르다고 느껴지다 보니 좀 불편한 게 있다. (업무를 미룰)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조직개편 문제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과장급 공무원 A 씨는 최근 들어 기획재정부 업무 처리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A 과장은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이 없는 부분도 회신 속도가 더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A 과장뿐만 아니라 기재부 내부에서도 평소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거론된 ‘조직개편’ 방향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애초 조직개편안은 국정기획위원회 활동 종료 시점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4일 국정위가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지만, 조직개편안은 대통령에게만 보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기획재정부 분리,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 이관, 금융위원회 금융 정책 기재부 이관 등 부처 권한 조정을 둘러싸고 이견이 많은 탓이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도 각자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대통령실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실·국장 빈자리만 10여 개
조직 기강 해이까지 이어질라
조직개편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중앙부처 1·2급(실·국장급) 인사도 막혀버렸다.
26일 현재 정부 부처 가운데 1·2급이 공석인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1급)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1급)·산재예방감독정책관(2급)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1급)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1급)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1급)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1급) ▲행정안전부 차관보(1급)·대변인(1급)·균형발전지원국장(2급) ▲환경부 기획조정실장(1급)·기후변화정책관(2급) 등이다.
A 과장 말처럼 부처 고위직 인사가 늦어지면서 각종 정책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고위직 인사 이후 3·4급(과장급) 이하 인사도 이어져야 하는데 ‘윗물’ 정체가 심하다 보니 ‘아랫물’도 움직임이 없다.
현재 대부분 부처에서 인사가 꽉 막힌 이유 또한 조직개편 때문이다. 조직개편 결과에 따라 부처를 쪼개거나 더하다 보니 당장 인사 발령을 내기가 힘들다.
조직개편 지연은 업무 태만, 기강 해이와 인사 적체로 인한 정책 추진력 상실로 이어진다. 산업부만 하더라도 ▲에너지고속도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RE100 산업단지’ 등 굵직한 업무들이 쌓여 있는데 책임지고 일을 추진할 ‘리더’가 없다. 다른 부처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인사 적체로 내부 불안전성이 커지면 복지부동이나 업무 효율성 저하 문제가 현실이 될까 걱정이다. 조직개편 지연까지 맞물리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하고, 기존에 해 왔던 사업도 제때 마무리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한 경제부처 B 과장은 “자리를 오래 비워둘수록 잡음이 늘어나는 건 조직의 당연한 생리”라며 “조직개편이 복잡해서 시간이 걸리는 거라면 조직개편과 관련 없는 부처라도 인사를 빨리하는 게 맞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미룰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손에 들린 보고서…발표 안 하나 못 하나 [조직개편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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