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사 사이 신뢰 격차 줄여야"…미래 의료 이끌 AI 현주소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8.27 12:07  수정 2025.08.27 12:12

필립스코리아 미래건강지수 2025 보고서 발표

AI 도입에 대해 의료진 86% 낙관적, 환자와의 신뢰 격차 뚜렷

병원 현장에서 증명한 선순환, AI 보조 역할로의 가능성 커져

최낙훈 필립스코리아 대표가 27일 서울 웨스틴 조선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래건강지수 2025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의료 현장에서의 AI 신뢰 구축을 위해선 개발 단계부터 환자와 의료진을 요구를 중심으로 설계, 적절한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합니다. 일관된 성능도 필수적입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필립스가 AI 신뢰도 향상을 위해 이와 같은 조언에 나섰다. 의료 인력 부족, 진료 대기 시간 증가 등의 구조적 문제 해결책으로 의료 현장에 인공지능(AI)이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립스코리아는 27일 서울 웨스틴 조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 보고서 결과를 발표했다. 필립스가 발표하는 미래건강지수는 여러 국가의 의료 전문가와 환자의 관점을 분석하는 동종 최대 규모의 글로벌 설문조사다.


올해 필립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6개국 중 절반 이상에서 환자들은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해 약 2개월 이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33%는 이러한 진료 지연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4명 중 1명 이상은 긴 대기 시간 때문에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효율은 한계에 다다른 의료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의료 전문가의 91% 이상이 불완전하거나 접근할 수 없는 환자 데이터 때문에 임상 시간을 낭비한다고 답했으며, 3분의 1은 교대 근무당 45분 이상(연간 최대 23일)을 허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AI 도입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바라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AI를 올바르게 구현할 경우 환자 진료 수용성 확대(92%), 반복성 작업의 자동화(85%) 등 업무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AI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함께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인식 차이가 의료 현장 AI 도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의료진 86%는 AI가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환자의 긍정 응답 비율은 60%에 불과했다.


간담회 발표를 맡은 최낙훈 필립스코리아 대표는 “의료 전문가와 환자 사이의 AI 신뢰도 격차는 존재한다”며 “의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AI 사용에 대해 높은 신뢰를 나타내지만 환자들은 조금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들은 AI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 의사와의 대면 시간이 줄어들 것(46%)을 우려했다. 의료진의 경우 AI 오류 발생 시 법적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점(74%)을 걱정했다. 의료진 84%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필요를 반영해 설계됐다고 느끼는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최 대표는 “AI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현장에서 신뢰를 쌓는 속도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 AI가 투명하고 안전하게 적용되길 원하는 상황에서 혜택이 명확하면 기술 수용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AI 신뢰도 문제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극복하고 있는 사례도 공유됐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2020년 개원 이후 ‘전공의 부재’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위기 해법을 디지털 혁신에서 찾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이다. 김 원장은 “과거 CCTV 분석을 통해 감염자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반나절 이상 걸렸다면 RTLS 도입 후에는 단 10분 정도면 추적이 가능해졌다”며 “환자와 직원의 99%가 동의해 태그를 부착했고 이는 감염 관리에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진료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판독량이 많은 흉부·유방 엑스레이 검사에 AI 판독 보조 솔루션을 도입했다.


김 원장은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단순 검사 판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그 시간을 절약해 CT, MRI 등 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검사와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두가 합의했다”며 “판독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먼저 판독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2~3년 현장에서 평가를 받고 퇴출되는 제품들이 많다”며 “이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이기 때문에 진짜 (현장에) 유용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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