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기관장 해임”…국토부 산하기관 ‘나 떨고 있니’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9.03 06:00  수정 2025.09.03 06:00

정부, 산재 근절 위해 법적 근거 마련 소식에 촉각

사망 사고 많은 도로공사·코레일 등 ‘초긴장’

“강력한 처벌 기조에 기관장 기피 현상 가능성도”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들이 사고가 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기관장에게 물어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가 중대재해 책임을 물어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국토부 산하기관들의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 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공공기관장 처벌 등의 근거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 있지만 중처법은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만 처벌이 가능한만큼 이와 별개로 기관장 해임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이 많은 국토부 산하기관들이 주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최근 6년간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공기업 상위 5곳 중 4곳이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한국도로공사로 36명이 숨졌다. 도로공사의 대부분 사망자는 교통사고 작업 처리 때문이지만 지난 2월 세종 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4명이 추가됐다.


그 뒤를 이어 한국전력공사(33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29명), 국가철도공단(11명), 한국철도공사(코레일·10명) 등의 순이었다. 한전을 제외하면 톱 5가 모두 국토부 산하기관이었다.


또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사업장을 위탁·감독하는 국토안전관리원도 긴장감이 높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발간한 ‘2024년 건설사고 정보 리포트’를 살펴보면 지난해 1년간 건설 현장 사망사고는 192건(사망자 195명)으로 절반 이상이 공사비 50억 미만(107명·54.9%)의 소규모 현장이었다.


소규모 현장은 전임 안전관리자를 둘 의무가 없고 대형건설사만큼 안전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새 정부의 안전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춰 현장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는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기관장 해임 근거 뿐 아니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관련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안전관리 심사도 강화할 계획이어서 공기업들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안전 및 재난관리 지표 중 산재예방 분야 배점을 현재 0.5점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공공기관 혁신 성과 가점에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노력과 성과’ 지표를 신설한다. 기관장의 안전경영책임도 평가의 주요 사항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이 외 공공기관이 산재나 중대 재해 발생 여부를 공시하는 시기도 매년 1차례에서 분기 별로 늘린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코레일, 에스알(SR), 철도공단 등 철도3사는 철도 안전과 운영, 인프라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철도 기관의 특성상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면서 현장 인명사고의 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점도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 더해 기관장 해임 근거까지 마련되면 이른바 ‘이중 족쇄’가 될 수 있어 기관장 기피 현상도 염려된다”며 “직접적인 처벌보다 안전 시스템을 촘촘히 관리해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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