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WHO PQ 인증 지원 포럼 개최
국내 제약·바이오 WHO PQ 선도 그룹 진입
식약처 WLA 등록으로 심사 절차 단축 기대
SK바사·삼바에피스 등 국내 기업 두각
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WHO PQ 인증 지원 포럼에서 조현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팀장이 인증 지원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전 세계 의약품 조달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백신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WHO(세계보건기구)의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이 부상하고 있다.
WHO PQ 인증이란 제품의 기술 문서 심사부터 제조 시설의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실사, 품질 관리 실험실 평가 등 전방위적 검증을 거쳐 부여하는 일종의 ‘보증서’다. 해당 인증을 받은 제품만이 UN,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가 진행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이를 통과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품질, 안전성, 유효성 등을 공인 받았음을 의미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글로벌 대규모 수주 문턱인 WHO PQ 인증 획득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WHO PQ 인증 지원 포럼’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WHO PQ 부문에서 글로벌 선도 그룹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8월 기준, WHO PQ 인증을 받은 제품은 총 277개에 달한다. 이 중 한국은 5개 제조사의 23개 제품이 이름을 올리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한국 규제 당국의 위상 강화다. 2023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는 스위스, 싱가포르와 함께 WHO WLA(우수규제기관목록)에 등재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PQ 인증 과정에서 심사 기간 단축이나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GC녹십자가 독감 및 수두 백신에 대한 WHO의 정기 실사를 서면 심사로 대체한 것이 직간접적인 사례다. GC녹십자는 지난 1일 WHO PQ 제품에 대해 3년마다 실시되는 정기 GMP 현장 실사가 서면 심사로 대체됐다고 밝혔다.
기존 인증을 받은 제품에 실시하는 사후 심사이긴 하지만 국내 제약사 중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WHO가 한국 식약처의 규제 시스템과 국내 기업의 품질관리 능력을 신뢰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홍승희 SK바이오사이언스 팀장은 “특히 식약처(MFDS)의 WLA 등재는 심사 간소화에 큰 이점이 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허가 당국과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이 인증 기간 단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 2종, 수두 백신, 장티푸스 백신 등 총 3개 품목, 6개 제품 대해 WHO PQ 인증을 획득했다.
홍승희 팀장은 “WHO PQ 인증은 개발 초기부터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팀장은 “WHO가 요구하는 우선 순위 품목 여부, 개발도상국의 보관 환경까지 고려한 데이터 확보 등 특화된 요건들을 개발 계획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HO PQ 인증의 중요성은 고부가가치 시장인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더욱 강조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각국 정부의 의료비 절감 노력이 맞물리면서 바이오시밀러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팀장은 “글로벌 백신 시장은 2022년 약 262억 달러에서 2034년 428억 달러로 비교적 안정적 성장 국면에 도입한 반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2년 248억 달러에서 2034년 1807억 달러까지 연 평균 20% 달하는 급격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WHO PQ를 받은 항암 관련 바이오시밀러 12개 제품 중 5개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개발한 제품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WHO PQ 시장의 문을 연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7년 유럽 허가를 기반으로 간소화된 평가 절차를 통해 WHO PQ를 신청,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PQ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홍여선 삼성바이오에피스 그룹장은 “간소화 절차였지만,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의료 환경을 고려한 추가적인 검증이 주요 심사 대상이었다”면서 “예를 들어 해당 국가의 의료 환경을 고려한 관리 계획, 유통 인프라를 감안한 제품 추적 가능성 확보, 고온 환경에서도 품질이 유지됨을 증명하는 배송 안정성 데이터 등이 요구됐다”고 말했다.
홍 그룹장은 이어 “이러한 14개월의 심사를 거쳐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PQ 인증을 획득했다”며 “이 파일럿 경험을 통해 WHO가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면서 이후 전체 인증 절차가 단축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WHO PQ 인증 과정이 순탄한 것 만은 아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GMP 요건 충족, 까다로운 현장 실사 대비, 방대한 임상 및 품질 데이터 준비 등은 여전히 많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같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협회는 2013년부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전문가의 GMP 모의 실사, 최신 가이드라인 정보 제공 등 단계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 팀장은 “맞춤형 컨설팅과 모의 실사 등을 통해 불필요한 보완 요청을 줄여 PQ 인증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기업들이 더 빨리 국제 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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