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했더니 기습 단속...한미 협력 상징 마스가 ‘흔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9.08 17:12  수정 2025.09.08 17:53

한국인 300여명 구금...장갑차까지 투입된 초대형 단속

한미 경제안보 협력 상징 ‘마스가’도 비자 리스크 변수

대규모 대미 투자 압박하면서 필수 인력 비자는 ‘차단’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불법체류 단속 사태로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인 300여명이 구금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조선업을 축으로 한 한미 제조 협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마스가 프로젝트 역시 뜻밖의 변수 앞에 놓였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 등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HL-GA’ 건설 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혐의자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이 300여명에 달하며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 47명과 협력사 인원 250여명이 포함됐다. 장갑차와 헬기까지 투입된 초대형 단속으로 당시 공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43억 달러(약 6조원)를 공동 투자해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며 추가 투자 계획까지 합치면 총 9조원에 육박한다. 완공 시 연간 30기가와트시(GWh), 전기차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내년 초 가동이 목표였지만 이번 사태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한미 제조업 협력의 거점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 인근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이례적 단속이 동맹 간 신뢰를 흔드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한화그룹

마스가는 한국의 조선·제조 기술력과 미국의 자본·수요를 결합해 미 조선산업 재건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 프로젝트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논의하며 이 가운데 1500억 달러(약 208조원)를 조선 부문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러한 협력 구도가 ‘비자 리스크’라는 현실적 장벽에 흔들릴 수 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필수 기술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은 여전히 까다롭다. 전문직 취업비자(H-1B)와 주재원 비자(L1·E2)는 발급 절차가 복잡하고 단기 상용 비자(B1) 역시 발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외교부가 10년 넘게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을 요구했지만 아직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구금 사태가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흘 만에 타결된 데 대해 감사드린다”면서도 “재발 방지 대책과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나 선박 건조 등에서 필요한 인력을 한국에서 불러올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반(反)이민 기조와 예측 불가능한 정책 성향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업계 불안이 여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가는 양국이 제조업을 함께 키워가겠다는 취지의 프로젝트지만 정작 필수 인력이 묶이면 투자와 생산 모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는 양국 정부가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않는다면 동맹 협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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