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해수부 역할·기능 그대로
조선·해양플랜트, 항만 배후 개발 등
기대했던 역할 강화 전혀 반영 안 돼
해양수산부 전경. ⓒ데일리안 DB
내년도 예산 확보에 이어 정부 조직개편에서도 ‘북극항로 개척’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대한민국 제2의 성장엔진을 표방하며 부산 이전을 결정했지만, 북극항로 시대 준비에 걸맞은 돈과 권한은 얻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여당과 정부는 검찰과 기획재정부를 해체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변동을 결정했다.
조직개편에 해수부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다. 부산 이전 후 해양 강국 실현과 국토 동남권 신성장 동력 개발이라는 과제를 부여받았지만, 이를 현실화할 권한은 받지 못했다.
조직개편 전까지 해수부는 산업부의 조선·해양 플랜트 업무를 넘겨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로 ‘신해양강국 건설’이 포함돼 그에 걸맞은 권한도 부여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역시 직접 권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전 장관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복수차관제’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해수부 제2차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부처이자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하나 더 장착하는 핵심 부처로서 해수부가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단순히 지금 모습 그대로 해수부가 옮겨가기보다는 기능과 역할,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산업부의 조선과 해양 플랜트 부문, 국토부의 항만 개발 배후 인프라, 행안부 유인도 정책 등 이것들은 한 몸으로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차후에 북극항로 선도하는 대한민국 컨트롤 타워로서 해수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수부 구성원이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하나다,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기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장관 주장과 달리 해수부는 이번 정부 조직개편에서 아무런 기능도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도 북극항로 관련 예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년도 해수부 예산은 올해 6조7816억원 대비 8.1% 늘어난 7조3287억원을 편성했으나, 증액 예산 대부분이 수산 분야와 과학기술 연구지원(R&D) 몫이다. 예산 증가율 또한 정부 예산 전체 증가율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예산에 이어 조직개편에서도 아무런 역할 변화가 없자 부산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부·울·경 해양·항만 시민단체로 구성한 ‘해양수도 부산발전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핵심적인 과제인 해수부의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와 관련한 내용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간 이전이 아니라 해양행정·해양사법·해양산업·북극항로 개척 등을 집적해 글로벌 차원의 해양수도 부산을 건설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조선·해양플랜트 등 필수 업무 통합 없는 이전은 국정과제와도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처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부산 이전 이유로 내세운 게 부처(해수부) 권한을 강화해서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고 관련 기관들을 다 모아서 시너지를 증폭하자는 것 아니었나”며 “지금 상황에서는 직원들 강제 이주하는 거 말고 (기존과)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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