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사실상 막히자 차담대에 몰려…'6.27 규제' 직후 수요 폭발
이마저도 어려운 중저신용자는 대부업으로…신용대출 신청 85%↑
업계 "6.27 규제 이후 일부 고신용자 대체 금융 수요까지 대부업 유입"
전문가 "정책 의도는 건전성 관리지만 사각지대 확대 부작용 불가피"
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 이후 전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6·27 대책' 이후 금융권에서는 고신용자 중심 대출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예금담보대출, 자동차담보대출 등 '불황형 대출'까지 등장했다. 생활고와 경영 부담에 몰린 서민들이 예금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맡겨 급전을 마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등 제도권 금융에서 갈 곳을 잃고 있다. 데일리안은 결과적으로 서민은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서민금융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 이후 전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은행은 물론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창구가 좁아지면서 자금이 절실한 중저신용자들은 대부업으로 밀려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더해지면서 은행·2금융권을 통틀어 대출 가능 금액 자체가 줄었다.
신용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차주들은 우회 수단으로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차담대는 자동차 담보가치를 기반으로 비교적 문턱이 낮아 금융취약계층의 사실상 마지막 대출 창구 역할을 다하고 있다.
실제 차담대 취급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개인 차담대 신청 건수는 2022년 19만3397건에서 2024년 30만3589건으로 2년 새 1.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1~5월 사이에만 21만7960건이 접수돼 연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6·27 규제 직후에는 수요가 폭발했다. 규제안 발표 직후인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열흘 동안 저축은행권에 접수된 차담대 신청은 2만7369건에 달했다. 신용대출 빗장이 걸리자 단기간에 수요가 차담대로 몰린 것이다.
수요가 급증하자 저축은행들도 앞다퉈 차담대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OK, 웰컴, 페퍼, 상상인, 키움 등 주요 대형사에서 이미 상품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SBI저축은행까지 신규 상품을 선보였다.
이마저도 이용이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
김상훈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 시행 이후(6월28일~7월11일) 저축은행 상위 10곳과 카드사 8곳의 일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3만2건으로, 규제 이전(3만4508건)보다 약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승인율은 24%에서 19%로 떨어졌다.
반면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하루 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3875건에서 7201건으로 무려 85% 급증했다. 하지만 승인율은 16.5%에서 12.8%로 하락했다. 신청자 중 95%가 신용점수 700점 이하였고, 42.9%는 300점대 최저 등급이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부업의 주요 고객은 씬파일러(thin-filer), 중·저신용자 등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취약계층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6·27 대책 등으로 인해 고신용자들의 제도권 대출이 제한되면서, 일부 고신용자의 대체 금융 수요까지 대부업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정작 중저신용자들이 대부업 이용마저 어려워지는 이중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대책 이후 중저신용자들이 사실상 1금융권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부업권으로의 수요 유입이 체감될 정도로 늘었고, 실제 대출 문의 건수도 전년 대비 약 15~20%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업계마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24%→20%)로 영업을 축소하고 있어 사실상 서민들이 밟을 수 있는 '금융 사다리'가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동화 시장 역시 규제 강화로 영업이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경색된 상황"이라며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역풍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에 강화된 대출 규제가 오히려 서민금융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이들이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6·27 대책 이후 금리 부담이 여전히 높고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은행들은 부실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같은 흐름은 금융 접근성이 낮은 저신용자와 청년·서민층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고신용자 대출만 늘고, 저신용자 대출은 위축되면서 금융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의 의도는 건전성 관리에 있으나, 취약계층의 금융 사각지대 확대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 제도권 밖 서민, 불법 사금융 늪으로… 금융 취약층 위기 [6.27 후폭풍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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